"탈영 원하는 병사들에 전쟁 참여 외 다른 수단 보여줘 큰 의미"
입국 탈영병들 정치적 망명 신청 계획…전쟁 조기종식 부를 도구 중 하
[서울=뉴시스] 유세진 기자 = 우크라이나와의 전투를 피해 전선에서 탈영한 러시아 군인 6명이 최근 프랑스에 각각 따로 도착했다고 프랑스24가 영국 가디언지의 17일 보도를 인용해 18일 전했다.
이들은 모두 러시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탈출한 뒤 프랑스로 입국했는데, 유럽연합(EU) 국가가 여행증명서나 외국 여권 없이 탈영병 집단 입국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벗어나려는 러시아 군인들의 탈출 경로는 복잡하고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 탈영병들은 러시아 법에 따라 가혹한 처벌을 받고 있으며, 크렘린의 영향권 밖으로 벗어나 "안전한" 나라로 여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2023년 여름 탈영한 전 러시아 계약군인 알렉산더는 가디언에 "프랑스에 도착한 후 처음으로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었다. 평온함과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고 말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거의 7400명의 군인들이 무단이탈(AWOL) 혐의로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았고, 그 수는 매달 증가하고 있다고 러시아 독립언론 사이트 메디아조나는 지난 4월 보도했었다.
그러나 이 숫자는 전체 탈영병의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탈영하고 싶지만 너무 두려워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의 수는 훨씬 많을 것이 틀림없다.
러시아 내와 망명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인들을 지원하는 단체 '디 아크'의 설립자 아나스타샤 부라코바는 "이번 탈영병들의 프랑스 입국은 우크라이나에 가서 전쟁에 가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권이 있음을 군인들에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EU는 전쟁 시작 이후 러시아군의 징잡을 피해 탈영한 사람들에게 망명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공식 결정을 내리지 못했었다.
한편, 많은 탈영병들은 위험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러시아 탈영병들을 돕는 '고 바이 더 포레스트'(Go By The Forest) 단체는 2024년 3월 메디아조나에 자신들이 지원한 탈영병 520명 중 30%가 러시아에 숨어 있고, 나머지는 외국으로 도망쳤다고 말했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강화한 러시아 법에 따르면 전시 탈영은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탈영하더라도 선택의 여지는 제한적이다. 군인은 여권을 소지할 수 없어 탈영병은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또는 키르기즈스탄 같은 서류가 필요없는 옛 소련 국가로만 여행할 수 있지만 이곳들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비자를 발급받은 6명의 군인들은 프랑스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할 계획이다. 그들의 임시 비자는 안보 위험을 초래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진정으로 반대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인권 단체들과 오랜 토론 끝에 발급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이후 EU는 러시아 국민에게 비자를 발급하는 지침을 강화했고, 많은 나라들이 러시아인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했다.
부라코바는 탈영병들에게 비자를 발급하기로 한 프랑스의 결정이 다른 러시아 군인들에게 희망을 가져다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녀는 "군대에서 빠져나갈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이 전쟁을 더 빨리 끝낼 수 있는 도구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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