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정·교류·에너지 협력 등도 논의
외신들에 따르면 EU와 GCC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역사적인 첫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EU 측에선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EU 회원국 정상들이 참여했다. GCC 측에선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등 6개국 정상·부정상급 인사가 참여했다. 일부 인권 단체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에선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참석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중동 지역 긴장 완화와 휴전을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그러나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최종 공동성명에 대한 협상은 쉽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은 러시아에 대해, 중동은 이스라엘에 대해 좀 더 강력한 비난을 원했지만 서로 입장차가 있었다고 한다.
◆GCC, 러 직접 언급 기피…"침략 규탄" 유엔 결의 문구로 합의
EU의 한 외교관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GCC가 처음엔 러시아를 직접 언급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최종 성명은 2022년 유엔 총회 결의에 담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연방의 침략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는 문구를 사용하는 것으로 타협했다.
실제 DW가 본 성명 초안엔 러시아의 '제재 우회 방지'가 명시적으로 담겨 있었지만, 최종 문서엔 '제한 조치와 그 이행에 대한 대화 강화'란 모호한 문구가 들어갔다고 한다.
싱크탱크 유럽외교협회(ECFR) 방문연구원인 신치아 비앙코는 이달 초 논문에서 "카타르, 사우디, UAE는 우크라이나 어린이 석방과 포로 교환 등 상당한 중재 노력을 기울였지만 분쟁 원인이나 해결에 대해 유럽과 걸프국가 간 분석은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럽, 이스라엘 강력 비판에 신중…GCC "실망"
반면 걸프 국가들은 중동 긴장과 관련해 이스라엘에 더 강경한 비판을 촉구했지만, 유럽 국가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공동 성명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모두 휴전을 촉구하는 한편 "점령된 서안 지구 전역에 정착지를 더 확장하고 정착민 전초기지를 합법화하려는 이스라엘 정부의 결정"을 비난한다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GCC 소식통은 DW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합의 내용과 비교했을 때 중동 관련 내용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GCC 순회의장국인 카타르의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국왕은 개회사에서 EU를 직접 비난하진 않았지만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것을 비판했고, 카타르 외무장관은 기자들에게 원칙에 대해 "선택적이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란에 '긴장 완화 촉구' 합의…GCC, 강경 비난 자제
그나마 이란에 대해선 무난하게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U와 GCC는 공동성명에서 "이란에 지역 긴장 완화를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란의 지속적인 핵 활동으로 이른바 '이란 핵합의(JCPOA)' 복귀 협상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적시했다.
EU 측은 이란이 최근 이스라엘에 미사일 보복 공격을 가했고 UAE 및 사우디와 직접 갈등을 겪고 있는 예멘 후티반군을 지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걸프 국가들이 강경한 비판적인 표현을 피하고 싶어한다고 토로했다. 반면 GCC 소식통은 "이란의 상황은 매우 위험하고 극도로 민감하다. GCC 국가들은 외교를 통해 이란과 상대하고 있으며 외교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무역협정 재추진…비자 완화·에너지 협력도 논의
한편 양측은 30년 전 처음 추진됐지만 2008년 이후 중단된 무역협정에 대한 논의를 재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EU 외교관은 GCC 내에서 EU와 무역을 추진할지, 양자 간 거래를 모색할 것인지에 대해 이견이 있다고 전했다.
양측은 블록 간 여행 접근성을 단순화하기 위한 노력도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수입처가 부족해진 EU와 걸프 국가 간 에너지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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