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항소심서 '시행령 조항 효력' 지적
초·중등교육법 개정 없이 승산 없다 판단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있는 휘문고등학교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를 놓고 법적 싸움을 이어가던 서울시교육청은 16일 상고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행정11-1부(부장판사 최수환 윤종구 김우수)는 지난달 25일 학교법인 휘문의숙이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취소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는데, 이에 시교육청은 이에 승복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종선 시교육청 대변인은 상고를 포기한 이유로 "학교의 안정적 운영과 학생의 학교선택권 보장이라는 교육가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자사고 지정취소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학생과 학부모의 고입 진학 관련 혼란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무엇보다 "교육청의 자사고 운영 및 관리에 대한 행정적 기반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명한 회계운영을 포함한 교육청의 자사고 운영 및 관리를 위한 법령 개정을 중앙부처에 적극 요청하겠다"며 "자사고 운영 평가 세부지표에 학교 회계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항목을 포함하고, 해당 배점 확대해 줄 것을 중앙부처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시교육청은 항소심 판결을 법적으로 검토한 결과 상고를 해도 승산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근거가 빈약하다며 휘문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시교육청의 처분 근거가 되는 시행령이 모법인 초·중등교육법 61조에서 위임받은 사항을 규정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행령은 개인의 권리 의무, 즉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학교 법인의 사립학교 운영에 관한 내용을 변경하는 새로운 내용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즉 처분의 근거는 지정 취소에 관한 새로운 입법을 한 것으로 위임 입법 한계를 벗어나 시행령 조항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 역시 지난 3주 동안 검토를 한 끝에 모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상고 결과도 뒤집기 힘들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서울시교육감 취임 하루 전 이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 이 대변인은 "시교육청의 상고 여부를 오늘까지 결정해야 했다"며 "신임 교육감 취임과는 무관하다"고 답했다.
시교육청은 휘문고와 2018년부터 자사고 지위를 놓고 갈등했다.
시교육청은 당시 민원감사를 통해 휘문의숙 8대 명예이사장 김모씨가 6년 간 법인사무국장 겸 휘문고 행정실장 등과 공모해 A교회로부터 학교체육관과 운동장 사용료 등 학교발전 명목의 기탁금을 받는 방법으로 총 38억2500만원의 공금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했다.
명예이사장은 학교법인 신용카드를 사용할 권한이 없는데도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2억390여만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했고, 카드대금 일부를 학교회계에서 지출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사고 지정 이전까지 포함하면 부정을 저지른 액수는 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은 당시 명예이사장과 이사장, 법인사무국장 등 4명을 경찰에 고발했고, 2년여가 지난 2020년 4월9일 대법원에서 이사장과 법인사무국장은 징역 4년이 확정됐다. 명예이사장은 1심 선고 전 사망해 공소가 기각됐다.
시교육청이 같은 해 7월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 심의, 청문, 교육부 동의 절차를 밟아 휘문고의 자사고 지위를 박탈하면서 휘문고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사학비리로 자사고 지위를 잃은 첫 사례가 됐다.
휘문고 측은 시교육청과 교육부의 처분에 반발해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은 휘문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휘문고가 제기한 '자사고 지정취소처분 취소'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청구를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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