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록히드마틴'…방산·우주·항공 시너지[한화그룹 72주년②]

기사등록 2024/10/14 16:46:00
[서울=뉴시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2024.07.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실패해도 좋다. 자주국방 기술은 남을 것 아닌가?"

2000년대 초반 국방부의 차기군단급 화력무기체계 확보 계획에도 불구, 뚜렷한 획득 방법조차 정해지지 않았을 때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경영진과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 토론에서 한화그룹은 결국 독자 개발을 하기로 했다.

김승연 회장은 김종희 선대 회장의 '사업보국(사업을 통해 나라에 이바지한다)' 뜻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자주 국방을 위해 반드시 국산화가 필요한 무기체계라면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고 개발에 착수하자고 지시했다.

한화그룹은 그렇게 사상 처음 민간 업체 주도의 무기체계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K-방산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천무'는 2014년에 이렇게 탄생할 수 있었다.

한화는 명실공히 K-방산의 대표주자다. 그룹 모태인 한국화약은 1974년 정부의 방위산업체 지정으로 인해 방위산업 기초를 닦았다.

정밀 탄약과 정밀유도무기체계, 무인체계 같은 분야에서 독보적으로 자리매김한 한화그룹은 2014년 삼성과 빅딜을 이루며 K9 자주포, 항공 엔진 등을 생산하는 삼성테크윈은 물론 전투지휘체계를 양산하는 삼성탈레스를 전격 인수하며 국내 최대 방산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당시 국내 방산업 이미지는 최악이었다. 걸핏하면 비리 논란으로 어수선했고,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한화그룹 내부에서조차 삼성 방산계열사 인수 반대가 심했다.

김 회장은 이때도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그는 "다른 대기업들이 모두 포기하더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이다"며 "사업보국 정신을 다시 한번 깊이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록히드마틴을 만들겠다'는 김승연 회장의 뚝심은 그렇게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사업보국 정신은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2022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으며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만들었다.

한화그룹은 특히 흩어져 있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집중시키며 시너지를 노렸다.

지난해에는 특수선 분야 최강자로 불리던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해양 방산 분야에서도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것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6월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내 조선소를 인수하면서 미국 함정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이제 한화그룹은 육·해·공을 총 망라한 '국가대표' 방산 기업으로 거듭났다.

[서울=뉴시스] 천무 다연장로켓.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화그룹의 방산 능력은 숫자가 말해준다.

2022년 기준 그룹의 방산부문 매출액은 43억8123만달러(약 5조9000억원)였다. 오는 2030년 세계 10위 방산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다.

'K9 자주포'는 전 세계 9개국으로 수출되며 자주포 글로벌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며 독보적 위상을 키워가고 있다.

'천무'는 다양한 사거리별 솔루션을 확보하며 핵심 표적을 실시간 정밀 타격하는 화력 장비로 2022년 폴란드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수출형 무기체계로 자체 개발한 미래형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도 2023년 호주 차세대 장갑차 도입사업(Land 400)을 따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 2분기 실적에서 연결 기준 매출액 2조7860억원, 영업이익 3588억원을 달성했다. 방산 통합 법인으로 출범한 이래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 46%, 영업이익 357%를 늘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첨단 항공엔진 국산화와 차세대 우주 발사체 개발 등 육지와 바다를 넘나드는 항공우주 분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 일환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국내 최초의 위성 전문기업 쎄트렉아이 등의 역량을 모아 한화만의 우주항공사업 중추인 '스페이스 허브'를 2021년 출범했다. 카이스트와 공동으로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 ISL 개발과 함께 민간 우주개발과 위성 상용화에도 속도를 높여 다양한 기술들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사업에도 참여해 발사체를 포함한 중소형 위성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더불어 한화시스템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화를 주도, 2019년부터 미국 개인항공기(PAV) 기업 오버에어와 '버터플라이'를 공동 개발 중이다. 내년부터 시범 서비스에 나선다.

한화그룹 방산 사업의 미래 먹거리로는 에너지, 해양, 소재 부문이 꼽힌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오션을 통해 스마트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과 고객 맞춤형 소재로 기후 변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생산력을 갖춘 태양광 사업을 시작으로 수소, 암모니아, 풍력, 브릿지 솔루션까지 에너지 전환의 핵심이 될 에너지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하고 있다.

무탄소 추진 가스운반선 등 다양한 해양 탈탄소 솔루션 개발을 추진해 친환경 해양 시대도 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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