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시인 박목월(1915~1978)의 시 '나그네'(1946)다.
'수확의 계절' 가을, 풍요로움과 행복감이 담긴 구절이 바로 '술 익는 마을'이다.
한국관광공사가 그런 마음으로 '술 익는 마을을 찾아'를 테마로 '10월 가볼 만한 5곳'을 선정했다.
"이 레스토랑을 방문하기 위한 목적만으로도 해당 지역을 여행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미쉐린 3스타'를 부여하는 기준이라고 한다. 술을 사랑한다면 이들이 그런 곳이다.
단, '음주운전'은 절대로 해선 안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인근에 숙박하자. (사진=한국관광공사)
[서울=뉴시스]김정환 관광전문 기자 = 경남 진주시 진양호로569번길 '진맥 브루어리'는 올해 4월 오픈과 동시에 '맥덕'(맥주 덕후)들을 사로잡았다.
'진맥'은 '진주 밀로 만든 맥주' '풍미가 진한 맥주' '진짜 맥주' 등의 뜻을 가진 수제 맥주다.
주재료는 진주시에서 생산하는 '앉은키 밀'이다. '진주 토종 밀'이 키가 작아서 불리는 이름이다.
앉은키밀은 '노벨 평화상'과 관련이 있다. 전 세계가 기아에 허덕이던 1945년 미국 농학자 노먼 볼로그 박사가 앉은키 밀을 발견하고, 식량난으로 어려움을 겪던 지역에 전파해 세계 기아 해결에 이바지했다. 그 공로로 그는 1970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이 밀은 수입밀에 밀려 명맥이 끊길 뻔했으나, '우리 밀 살리기 운동'과 함께 되살아났다.
진주 밀가루는 일반 밀가루보다 감촉이 부드럽고, 맛이 구수하다. 진맥이 풍미가 깊고, 목 넘김이 순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논개 시장' 입구에 자리한 진맥 브루어리는 건물 외관부터 예사롭지 않다. 폐업한 가구점을 리모델링했다. 외벽을 채운 붉은 빛은 잘 익은 앉은키 밀 색깔이다.
1층엔 수제 양조장과 펍, 그리고 굿즈 숍, 2층엔 펍과 아카이브 공간, 3층엔 진주시 상권 활성화 재단과 교육장이 각각 들어섰다.
1층 양조장에선 커다란 통창을 통해 맥주를 만드는 장면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2층엔 LP와 턴테이블이 죽 놓여 있는 독특한 공간이 있다. 헤드폰을 낀 채 맥주를 마시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LP로 듣는 로망을 실현할 수 있다.
마실 수 있는 맥주는 현재 2종이다. 밀의 고소함과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있는 '에일'과 시원함과 청량감을 자랑하는 '라거'다.
앞으로 '호핑 에일' '페일 에일' '스타우드'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논개 시장에서는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6~11시 '올빰 토요 야시장'이 열린다.
"진주"하면 생각나는 '육전'부터 '삼겹말이' '납작만두' '해물 부추전' '대왕 고기완자' '스테이크 새우 꼬치' 등으로 가득한 '먹거리 천국'이다.
야시장 입구 양쪽에 테이블이 놓여 있어 음식을 사다가 맛볼 수 있다. 진맥 브루어리에서 구매한 캔이나 페트병 맥주를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다.
거꾸로 야시장에서 음식을 산 다음 진맥 브루어리에 가져와 먹어도 된다.
이곳에선 '나초&살사소스' '트러플 프라이즈' '진주 토마토 라구파스타' '진주 토마토 카프레제' 등 음식물을 판매하기에 평소엔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나, 토요일 야시장 음식에 한해선 허용되는 덕이다.
진주시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야간 관광 특화 도시 조성 사업' 대상지 5곳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진주시는 다양한 야간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지역 상권과 지역 맥주를 연계한 '남강 별밤 피크닉' ▲동네 갤러리·서점·공방 등을 활용한 야간 마을 축제 '배건네 골목 페스타' ▲지역 해설사가 전하는 '진주 음식' 이야기와 함께하는 야식 투어 '야(夜)한 맛캉스' ▲미식 라이딩 '나이트 자슐랭(자전거+미슐랭) 투어' 등이 있다.
진주시 천수로 소망진산 아래 '망진나루'에서 임진왜란(1592~1598) 당시 '진주 대첩'(1592)을 이끈 김시민 장군(1554~1592)을 기리는 유람선 '김시민호'에 몸을 실어보자.
남강을 따라 진주성, 의기(義妓) 논개의 설화가 어린 '촉석루'와 '의암' 등 절경이 이어진다. 이어진다. 낮에도 아름답지만, 밤엔 더욱더 훌륭하다.
남강과 진주성 야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소망진산의 '유등 테마 공원'을 빼놓을 수 없다.
공원에 있는 '진주 남강 유등 전시관'은 진주대첩 당시 왜군이 남강을 건너는 것을 막기 위해 강물 위에 등불을 띄운 데서 유래한 '유등' 전시부터 체험까지 가능한 복합 문화공간이다.
특히 화려한 '소망등 터널'은 '인생샷 성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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