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외무성 "3일, 9일, 10일 심야에 평양에 무인기 침범"
전단 사진도 공개…외무성 성명 직후 쓰레기풍선 부양
'도발 명분 위한 거짓 주장' vs '실제 비행에 따른 경고'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11일 북한이 '한국이 사흘에 걸쳐 평양에 무인기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군은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며, 민간단체가 이 같은 행위를 했는지 공식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
이날 북한 외무성은 '중대성명'을 통해 한국이 3일, 9일, 10일 심야시간을 노려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무인기를 침범시켜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전단을 살포했다고 밝혔다. 외무성은 "모든 공격력 사용을 준비상태"에 뒀다면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최후통첩으로 엄중히 경고"한다고 위협했다.
대북전단 맞대응 차원이라는 북한의 대남 쓰레기풍선 살포 주기는 최근 부쩍 잦아졌다. 북한은 최근에만 해도 지난 4일 오전 2시27분, 7일 오전 5시38분, 8일 오전 5시9분에 쓰레기풍선을 부양했다. 이날은 오전 12시5분에 이어 외무성 중대성명이 나온 지 약 한 시간 만에 또 쓰레기풍선을 띄웠다.
조선중앙통신은 전단 사진을 공개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없도록 흐리게 처리됐지만 '김정은' 등 글자가 식별된다.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한 것으로 추측되는 무인기로 보이는 물체가 나는 사진도 제시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 관계자는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바 없으며 민간단체가 보냈는지는 현재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군 당국이 무인기 침범을 시도했을 가능성은 일단 배제하고 민간단체가 무인기를 보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군사도발 명분을 위해 거짓 주장을 했을 공산과 실제 남한 민간단체의 드론 동원 살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모두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만약 민간단체가 보내지 않았는데 북한이 저런다는 건 본격적으로 긴장 분위기를 조성하고 무인기 등 어떤 형태로든 도발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말 민간단체가 보냈다면 말 그대로 최후통첩"이라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 민간단체의 역량으로 무인기를 정확히 평양 상공에 보내 여러 차례 전단살포를 감행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며 "혹시 북한의 자작극이거나 긴장고조를 위한 의도, 대북전단 저지를 위한 명분용이면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월 한 국내 무인기 동호회 회원은 직접 제작한 무인기를 강원도 고성에서 띄워 북한 금강산 일대를 촬영한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사진까지 공개했고, 우리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사실상 방관하고 있는 현 상황에 비춰볼 때 (무인기를) 보냈다는 데 무게를 둔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사실 확인과 더불어 북한이 보내는 메시지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사소한 군사적 행위도 우발적 충돌,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상황이니 신중하게 처신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한국 군부에 보낸 것"이라며 "우리 대응에 따라 실질적 군사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현재 통일부 차원에서 밝힐 입장은 없다"며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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