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증 없는 부실대학 봐주기?…학자금 대출 제한 빠진 11곳

기사등록 2024/10/11 06:30:00 최종수정 2024/10/11 09:12:15

뉴시스·민주 문정복, 대학 협의체 기관평가인증 분석

인증 없거나 신청 안 했던 대학 11개교에 '대출 가능'

교육부 평가 개편 확정 후 대교협 구제 요구 수용해

숨겨온 교육 당국…13개년 대출 끊겼던 학교도 구제

학자금 대출 제한 이력 없는 대학 11곳 중 2곳 불과

[서울=뉴시스] 지난 2022년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평가 개편안 시안.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부가 내년부터 대학 협의체 인증을 얻지 못한 대학에 학자금 대출을 끊기로 해 놓고 정작 인증이 없는 학교 11곳을 대출 가능 대학으로 분류했던 것으로 뒤늦게 파악됐다.

평가 제도를 확정한 이후 인증 없는 대학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한시적 인증 유예' 제도를 덧댄 탓이다. 이런 제도는 대학 협의체의 평가 편람에도 없었고 교육부도 밝힌 바 없어 이번에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구제된 학교 중에는 과거 정부 학자금 대출 제한 명단에 13개년이나 선정됐던 부실대학도 있었다. 정작 교육부는 지난달 인증이 있는 대학 중 일부를 '하반기 평가 결과에 따라 대출 제한 가능성이 있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제도 개편에 따른 '과도기'라는 입장이지만, '부실대학 봐주기' 논란을 자초한 꼴이 됐다.

11일 뉴시스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간사 문정복 의원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로부터 기관평가인증 관련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다.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등 정량 지표가 극히 부실한 대학을 뽑아 학자금 대출 지원을 중단하는 제도를 운영해 왔다.

당시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시위에 따라 국고를 대학에 투입해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로 했지만, 대학으로 부르기도 민망한 부실대학은 국고 지원에 제약을 둬야 한다는 문제 의식에 따라 마련된 제도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중앙 정부의 획일적 평가가 가져오는 부작용을 줄이겠다면서 '기관평가인증'과 한국사학진흥재단의 '경영위기대학 재정진단'으로 평가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월25일 '일반재정지원을 위한 평가체제 개편방안 시안'을 통해 이런 방침을 밝혔다.

대교협과 전문대교협의 기관평가인증을 못 얻거나 경영위기대학이 될 경우 학자금 대출을 끊기로 한 것이다. 단, 경영위기대학이라도 인증이 있다면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시안은 지난해 3월에 최종 확정됐다.

[세종=뉴시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해 9월 교육부에 보낸 공문. 기관평가인증 미인증 대학에 평가를 거쳐 1년 간의 유예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자료=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2024.10.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런데 대교협은 교육부가 제도를 확정한 지 반 년 만인 지난해 9월 교육부에 두 쪽 공문을 보낸다. 제목은 '미인증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조치 협조 요청'이다.

대교협은 이 공문에서 "미인증 대학은 교육부의 평가체제 개편 방안(2023. 3.) 발표에 따라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에 있어 학생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고 운을 뗀다.

그러면서 같은 해 9월7일 기관평가인증 인증운영위원회, 9월11일 대학평가인증위원회 등 내부 회의체 논의 결과 인증을 얻지 못한 대학들을 구제하기 위한 별도의 평가 제도를 만들었으니 협조를 구한다고 했다.

'한시적 인증 적용 유예'라는 이름의 이 평가 방식은 다음과 같다. 현재 기관평가인증에서 쓰는 주요 정량 평가지표인 ▲교육비 환원율 ▲법인 전입금 ▲전임교원 확보율 ▲신입생 충원율 ▲재학생 충원율 ▲졸업생 취업률 6개 중 단 3개를 충족하는지 따져본다.

3개만 충족하면 학생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내년 1년에 한정해 '인증 없음' 대학으로 취급을 않는 것이다.

기관평가인증은 신입생 충원율은 95%, 재학생 충원율은 80%를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한시적 인증 적용 유예'는 이 값을 각각 57.3%, 42.9%로 대폭 완화했다.

이는 정부의 마지막 2024학년도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 기준보다도 한참 낮다. 당시 교육부는 하위 7% 대학까지만 지표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기로 하고 충원율을 신입생 68.67%, 재학생 77.05%로 했다.
 
대교협은 공문에서 "미신청, 미인증 대학들은 최근 3년 간 정량·정성적 실적에 근거한 기관평가인증 특성상 실적 기간을 충분히 보장 받지 못했다"고 적었다.

이어 "인증 참여 대학과의 형평성 및 현재 인증 체계와는 별개인 점을 고려해 미신청·미인증 대학에 일정 준비 기간 동안 인증 결과 적용을 유예하는 경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구제 필요성을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지난 1월31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2024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4.10.11. photo@newsis.com
대교협은 이듬해인 올해 3월14일 교육부에 '한시적 인증 적용 유예 자격 부여 대학 보고' 공문을 보낸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에서 '미인증 대학 컨설팅'을 마친 16개교를 대상으로 '한시적 인증 적용 유예' 평가를 실시했고, 모든 대학이 이를 통과했다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 5개 대학은 대교협의 올해 상반기 기관평가인증 평가를 통과해 인증을 취득했다.

허나 남은 11개 대학 중 2곳은 한국사학진흥재단 진단에서 경영위기대학으로 예비 지정됐다. 지난달 6일 교육부는 두 대학을 '학자금 대출 여부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나머지 9개 대학은 모두 인증을 갖고 있지 않지만, 교육부는 이들을 모두 지난달 6일 '학자금 대출 가능 대학'에 넣어 발표했다. 변동 가능성 역시 없다고 했다.

이 중엔 2014학년도부터 2024학년도까지 11년 연속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돼 학자금 대출과 국가장학금 지원이 제한됐던 경기 A 대학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5개년 동안 학자금 대출이 제한된 대학 2곳, 3개년 동안 제재를 받았던 대학 2곳씩 각각 구제 됐다.

구제된 일반대학 9곳 중 과거 정부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에 한 번도 들지 않았던 학교는 단 2곳에 그친다.

교육부는 이런 대교협의 미인증 대학 구제 요구를 수용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없다. 대교협도 지금껏 이런 제도가 도입됐다는 것을 밝힌 일이 한 번도 없다.

기관평가인증을 주관하는 대교협 병설 한국대학평가원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4월까지 2024년도 상반기 기관평가인증 편람을 세 차례에 걸쳐 수정, 개정하면서 공개했으나 여기에도 관련 언급은 없었다.

[세종=뉴시스] 교육부가 지난해 1월25일 대학에 안내한 '일반재정지원을 위한 평가체제 개편방안 시안' 중 일부. (자료=교육부 제공). 2024.10.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대교협도 대교협처럼 지난해 10월 교육부에 '한시적 인증 적용 유예'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KEDI 컨설팅을 마친 대학에게 5개 정량지표 중 3개 이상을 충족하면 2025년 1년에 한해 구제를 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인증 없는 2개 전문대가 한시적 유예 조치로 구제를 받고 내년 학자금 대출이 가능해진 상태다.

이 중 경북 B 전문대는 2011년부터 2024년까지, 2015년 단 한 차례만 빼고 무려 13개년 동안 학자금 대출 제한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바 있다. 나머지 1곳도 과거 2차례 학자금 대출 제한 불명예를 썼던 적이 있다.

교육부가 2025년도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과 대출 가능 여부 변동 가능성 대학 명단을 공표한 시점은 지난 9월6일이다. 수시모집 개시 사흘 전이었다. 명단에 오르면 신입생 모집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었다.

이 중에는 기관평가인증을 보유하고 있지만 기간이 만료돼 하반기에 재평가를 받기로 한 대학 6개교도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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