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최고인민회의서 헌법 개정…'두 국가 개헌' 언급 없어(종합)

기사등록 2024/10/09 09:48:53 최종수정 2024/10/09 14:38:16

9일 노동신문 "7~8일 14기 11차회의 개최"

헌법 개정 관련 '선거·노동 나이 수정'만 언급

국방상, 9·19 남북군사합의 서명 노광철로 교체

[서울=뉴시스]9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회의가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4.10.0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9일 북한 관영매체는 7~8일 이틀간 최고인민회의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예상과 달리 '적대적 두 국가관계'를 제도화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회의가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주석단에는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인 김덕훈·최룡해·리병철을 비롯한 당·정·군· 간부 등이 자리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는 ▲사회주의헌법 일부 내용 수정보충 ▲경공업법 심의채택 ▲대외경제법 심의채택 ▲품질감독법집행검열감독정형 ▲조직문제 등 5가지 의안이 상정됐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의정 보고를 통해 "사회주의헌법이 위대한 강국의 새시대, 우리 국가제일주의 시대를 빛내이는 위력한 법적무기로서 자기의 사명을 원만히 수행하자면 변화 발전하는 혁명의 요구, 인민의 지향과 리익에 부응한 조선로동당의 탁월한 국가건설 사상과 실천 강령들을 제때에 명기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 12년 의무교육제'를 실시한 데 따라 올해부터 달라진 고급중학교 졸업 나이에 맞춰 노동·선거 나이를 수정하는 내용이 헌법 개정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이외 헌법 개정과 관련한 다른 내용은 거론되지 않았다.

경공업법과 대외경제법은 "경공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법적으로 확고히 담보하며 대외경제관계를 다각적으로 확대해나가는 데서 나서는 원칙적 문제들이 반영"됐다.
[서울=뉴시스]9일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7~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를 열어 노광철을 국방상으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4.10.09. *재판매 및 DB 금지

조직문제와 관련해 국방상이 강순남에서 노광철로 교체됐다. 노광철은 인민무력상으로서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서명했다. 북한은 2020년 10월 인민무력성 명칭을 국방성으로 바꿨다.

국가건설감독상에 리만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에 김성빈이 각각 임명됐다. 최고인민회의 법제위원회 위원장으로 방두섭 대의원을 보선했다.

북한은 최근 몇년간 형식상 국가 최고주권기관으로 개헌 권한을 가지는 최고인민회의를 매년 상반기·하반기 두 차례 개최해왔다.

북한은 7일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해 '사회주의헌법 수정보충과 관련한 문제'를 토의한다고 지난달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이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지시한 대로 두 국가론을 반영한 헌법 개정이 공식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김정은이 주문한 개헌 사항은 ▲평화·통일 관련 조항 삭제 ▲한국 주적 명기 ▲영토·영해·영공 조항 신설 등이다.

이번에 관련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배경을 두고 북한 내부에서 아직 이론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김정은이 요구한 개헌 사항은 하나 같이 파급력이 큰 만큼, 정치적 반향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통일 지우기'는 북한 주민 사이에서 혼란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며 국경선 규정은 국제법적으로도 예민한 이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북한이 물리적으로도 주권행사 영역을 명확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상으로 논란을 일으킬 시점은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개정 준비가 미흡해 김정은 위원장이 만족스럽지 못해 지연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후 새 대통령 취임 전후 상황을 본 뒤 헌법 개정 메시지를 보내는 타이밍을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4기 대의원 임기가 이미 끝난 상황에서 내년 새로 출범할 차기 15기 최고인민회의로 개헌 시기를 미룰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홍 위원은 "정세의 불확실성 속에서 무리하게 전면적 개정을 추진하는 것보다 새로운 15기 체제에서 국무위원장 추대, 국가지도기관 선거, 헌법 개정을 동시적으로 이벤트화 해 주목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번에 두 국가론 개헌을 단행했지만 관영매체에서 함구하고 공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실제로 북한은 과거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하고 30~50일 이후 개정 헌법 전문을 공개한 전례가 있다. 다만 이 정도의 대폭 개정이라면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으로 대략적인 내용이라도 알리고, 김정은이 직접 참석해 연설했을 것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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