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영업이익 낮아진 이유…성과급 충당금 뭐길래?

기사등록 2024/10/08 11:07:35 최종수정 2024/10/08 13:22:17

삼성전자, 영업이익 부진 배경 "일회성 비용" 밝혀

내년 초 지급 OPI 성과급 충당한 배경도 포함돼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영업이익 10조원 회복이 불발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반도체 업황 개선'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 15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반전되며 반도체 업황 개선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올해 임직원에게 돌아갈 성과인센티브도 크게 늘어났다는 후문이다.

결국 이 인센티브 지급액을 일정 부분 미리 확보하기 위해 3분기 실적 일부를 충당금으로 쌓아놓아야 했다는 진단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목표달성장려금(TAI) 등 성과급 제도를 위해 3분기 실적 일부를 불가피하게 영업이익에서 배제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OPI는 매년 1월에 지급하는 성과급으로, 삼성전자의 성과급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전년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20%에 해당하는 재원을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한다.

회사가 이익을 낸 만큼 직원들과 최대한 이를 공유한다는 개념이다. 사업조직별, 개인별 성과에 따라 가감이 있지만 한 사람당 한 번에 수천만원을 받는다.

그러나 회사가 적자를 보면 직원들도 성과급을 받을 수 없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사상 초유의 업황 침체로 15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삼성전자 DS부문 직원들은 OPI 성과급을 올해 1월에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연봉의  상당 부분이 날아간 셈이다.

그러나 올해는 반도체 업황이 좋아져 초과이익 달성이 가능하고 임직원 성과급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이 같은 성과급 지급을 위한 사전 준비에 들어가 회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날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배포해 "2024년 3분기 잠정실적은 분기 최대 매출 달성에도 불구, DS는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8일 발표했다. 매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증권가 실적 전망치 평균인 매출 80조9000억원, 영업이익 10조7700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이미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직원 연간급여 총액은 6조692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6조1643억원보다 8.5% 증가했다.

월 기본급의 최대 100%를 연 2회 지급하는 삼성전자의 또다른 성과급 TAI가 올해 상반기 지급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DS 일부 직원들은 실적 악화로 TAI 지급률이 지난해 상반기 25%, 하반기 0~12.5%로 떨어졌으나 올해는 37.5∼75%로 회복됐다.

임원 대상으로 운영 중인 '장기성과 인센티브(LTI)' 제도에 따른 충당 부채도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임원들에 대해 향후 3년간의 경영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나눠 지급하는 독특한 제도를 운영 중인데, 지급 예상 금액을 충당부채로 회계 장부에 계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임직원에게 지급한 LTI는 연결 기준 ▲2020년 5881억원 ▲2021년 2087억원 ▲2022년 1943억원 ▲지난해 2616억원이었다. 올 하반기 이후 실적 개선이 지속될수록 이 LTI 지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에도 삼성전자는 상반기에만 쌓아뒀던 LTI 충당부채를 총 1956억원 사용했다. 이는 전년 444억원보다 4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범용 제품 침체에도 불구, 서버·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견조하다고 밝혔다. 다만 5세대 HBM(HBM3E)의 엔비디아향 사업화는 예상 대비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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