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개막…내년 2월2일까지 진행
김성헌 관장 "문자와 여성이 주제"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8일부터 내년 2월2일까지 파리 올림픽을 기념, '올랭피아 오디세이-문자와 여성, 총체적 예술의 거리에 서다' 기획특별전을 연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전시회는 프랑스 샹폴리옹 세계문자박물관과의 교류 전시로 진행된다. 올랭피아 오디세이는 과거 타자(他者)로서 여성들부터 오늘날 동시대의 타자들까지 살펴본다. 자유를 갖지 못한 타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장 힘 있는 수단으로서 '문자의 역할'을 재조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문자로 남겨진 유물, 문서, 도서들과 문자가 활용된 예술 작품을 중심으로 그들의 메시지를 읽어보고 동시대의 타자들에게 다가간다.
김성헌 국립세계문자박물관장은 "이번에 준비한 전시의 제목은 올랭피아 오디세이-문자와 여성, 총체적 예술의 거리에 서다"라며 "이번 전시의 주제는 바로 문자와 여성"이라고 말했다.
김 관장은 "이번 전시는 프랑스 샹폴리옹세계문자박물관과의 교류 전시로 기획됐지만 같은 전시는 아니다"라며 "문자와 여성이란 같은 주제를 가지고 두 박물관이 다른 방식으로 풀어냈다"고 밝혔다.
그는 "샹폴리옹 측에서는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로 풀었다면 우리 박물관에서는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운 인간의 자유의지에 초점을 맞췄다"며 "전시 기간 중 같은 주제인 두 전시가 어떻게 다르게 연출됐는지 비교하면서 관람하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 게릴라 걸스(Guerrilla Girls) 작품 대규모로 선보여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 최초로 게릴라 걸스의 대규모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총 24종의 포스터와 3종의 영상 작품으로 구성됐다.
특히 국립세계문자박물관과 협업한 한글판 포스터도 공개될 예정이다.
게릴라 걸스는 1980년대부터 활동해 온 익명의 여성 예술가 단체로, 성차별과 인종차별 등 현대 사회의 불평등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로 전 세계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들의 포스터는 날카로운 비판과 위트를 결합한 시각적 표현으로, 여성과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예술계의 불균형을 고발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한국어 포스터는 게릴라 걸스의 대표 포스터 '여성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려면 옷을 벗어야 하는가?(Do Women Have to Be Naked to Get Into the Met. Museum?)'의 한글 버전으로, 이를 통해 국내 관람객들에게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길 예정이다.
◆조선시대 여성의 애절한 사랑을 담은 원이엄마 편지와 미투리
국립안동대학교 박물관 소장 유물인 ‘원이엄마 편지’와 ‘미투리’가 처음으로 경상도를 나와 전시된다.
원이엄마 편지는 조선시대 여성들이 한글을 사용해 남긴 대표 자료 중 하나다.
1586년 3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응태의 무덤에서 발견됐다. 이 편지는 아내가 남편을 그리워하며 남긴 마지막 글이며, 자기 머리카락으로 직접 만든 미투>와 함께 발견됐다.
이 유물은 당시 여성들이 표현한 깊은 사랑과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중요한 문화재로 평가받는다.
한문이 공식 문자였던 조선시대에, 여성들이 한글을 통해 그들만의 감정을 표현하고 소통했던 점을 조명한다. 원이엄마 편지는 이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한글이 여성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소통 수단이었는지 보여준다.
◆문자와 여성의 이야기, 세계 유일의 여성 전용 문자 여서(女書)를 아시나요
이번 전시에서는 동시대 여성 예술가들의 현대 작품과 함께 한글, 일본의 히라가나, 중국의 여서를 중심으로 여성과 문자의 관계를 탐구하는 특별 섹션도 선보인다.
특히 중국 후난성의 소수민족 여성들이 사용하는 유일한 여성 전용 문자 여서가 국내에서 최초로 전시된다.
여서 자수 손수건과 삼조서(三朝書) 등의 중요한 유물들은 문자를 통해 여성들이 감정을 나누고 소통했던 방식과 그들의 연대를 상징하는 기록들이다.
과거 한글, 히라가나, 여서는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일본, 중국을 대표하는 문자가 아니었다. 당시의 공식 문자였던 한자에 밀려, 타자의 자리에 있던 문자들이다.
그리고 그 당시 아시아 3국 여성들은 공식 문자였던 한자를 자유롭게 사용하기에는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때 여성들은 그들만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로 각 문자들을 사용했다.
이번 전시는 한글, 히라가나, 여서라는 세 가지 문자를 통해 여성들의 삶과 그들의 기록이 어떻게 시대를 넘어 현재까지 이어졌는지, 문자의 역사와 시대 관계성까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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