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해경선 북극해 첫 진출…중-러 양국의 속내는?

기사등록 2024/10/07 10:38:20 최종수정 2024/10/07 10:58:16

러시아와 북태평양 공동 훈련 계기 베링해 지나 북극해까지 진출

러시아, 북극 항로 개척 등 중국과 협력하면서도 견제 심리도

中, 우크라 전쟁 간접 지원으로 북극해 진출 러시아 지원 얻어낸 듯

[서울=뉴시스] 중국 해경선이 국경절 기간 편대를 이뤄 북극해에 최초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 중인 중국 해경선의 모습. <사진출처: 중국중앙(CC) TV 캡처> 2024.10.07.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중국 해경 함정이 지난 1일 북극해에 처음 진입했다.

중국 건국 75주년을 맞은 이날 메이산호와 슈산호 등 4척의 선박은 북태평양에서 실시된 러시아와 첫 합동 해경 훈련을 계기로 북극해까지 진출한 것이다.

중국 해경은 “해상 작전 범위를 확대하고, 낯선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선박의 능력을 철저히 시험했으며, 국제 및 지역 해양 거버넌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극해까지 세력 범위를 넓히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6일 분석했다.

◆ 러시아, 견제하던 중국의 북극해 진출 인도

러시아는 ‘비 북극해 연안 국가’인 중국의 북극해 진출을 견제해왔다.

중국이 러시아의 ‘안내’로 북극해에 진입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중물자 제공 등으로 간접적으로 러시아를 돕고 있는 상황에서 북극해 진출권을 얻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어떤 계기로든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되면 중국을 북극해로 인도한 러시아와 새로운 협력의 무대를 만들지 새로운 갈등 요소가 추가될 지는 지켜볼 일이다.

미국 해안 경비대는 지난달 28일 러시아와 중국 해경 4척의 선박이 알래스카와 러시아를 나누는 베링해에서 합동 순찰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 선박들은 러시아의 배타적 경제 수역을 거쳐 북동쪽으로 향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중국 연구 수석연구원 아이작 카돈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북극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중앙 지도부의 명확한 야망에 따라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논 연구원은 “해양경비정이 북극해에 들어간 것은 중국이 오랫동안 추구해 온 러시아의 허가를 확보한 것을 보여준다”며 “떠오르는 북극해 항로와 북극해 해저의 광대한 자원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일 수도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 중, 해군 아닌 해경 투입으로 ‘덜 도발적’ 인상 노려

중국 해경은 2018년 국가해양국에서 중앙군사위원회에 보고하는 인민무장경찰로 이관됐다. 해군에서 여러 척의 퇴역 군함을 제공받아 세계에서 가장 큰 해상 법 집행 기관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수석 국제 방위 연구원 티모시 히스는 “중국이 해군 대신 해경을 파견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할 때 법 집행 선박이 군함보다 덜 도발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히스 연구원은 “러시아와 미국은 모두 북극에 있는 중국의 존재에 민감하다”며 “해경은 북태평양에서 어업 단속 업무를 맡고 있어 북극해에도 개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인 리셀로테 오드가드는 “해경의 북극 활동을 통해 중국이 러시아의 순찰 권한을 지지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북극 전역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지구 온난화로 국제사회 관심

북극해는 지구 변화로 북극 빙하 해빙 속도가 빨라지면서 해로가 열려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북극해 주변국의 대륙붕 및 심해저 지하자원 개발도 진전되고 있어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으로서의 전략적 가치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2019년 1월 극동개발부를 극동북극개발부로 개칭할 정도로 북극해 개발에 적극적이다.

중국은 북극 연안국은 아니지만 ‘근(近) 북극 국가’로 선언했다. 2018년 ‘북극 정책  백서’를 발간해 ‘빙상(氷上) 실크로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북극 개발 참여 의지 등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는 중국과 북극 항로 개척이나 해저 천연가스 개발 등을 위한 협력을 추진하면서도 경쟁국으로 부상을 견제하고 있다.

트롬쇠에 있는 노르웨이 북극대학교의 정치학 교수인 마크 랑테이뉴는 중국과 러시아 해안 경비대의 합동 순찰은 양국이 북극해에서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강조하는 전략적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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