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평균자책점 8.34 흔들…WC2차전 7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 '반전'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34)이 압도적인 투구로 KT 위즈의 가을을 뜨겁게 달궜다.
벤자민은 3일 잠실 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쏠뱅크 KBO리그 와일드카드(WC) 결정전 2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 피칭을 선보였다.
지난달 28일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닷새 만에 등판한 가운데 88개의 공으로 7회까지 책임지는 효율적인 투구를 했다. 최고 시속 150㎞의 직구와 슬라이더, 커터, 체인지업, 커브를 섞어 두산 타선을 요리했다.
2022시즌 중 대체 선수로 KT에 합류한 벤자민은 지난해 15승(6패)을 거뒀지만 올해는 11승(8패)으로 주춤했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2023년 3.54에서 올해 4.63으로 올랐다.
특히 올해 9월 들어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8.34에 그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내일이 없는' 가을 승부에서 벤자민은 자신의 존재감을 또렷하게 새겼다.
이강철 KT 감독이 바란 강력한 선발 야구도 다시 연결했다.
전날 벌어진 1차전에서 KT 윌리엄 쿠에바스가 6이닝 무실점 투구로 팀을 승리로 이끌며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가운데 이 감독은 이날도 벤자민의 호투를 바랐다.
"(오늘은) 벤자민이 오래 던져주지 않겠나. 쿠에바스가 이겼으니 자극을 좀 받지 않았겠나"라며 동기부여를 얻길 기대했다.
수장의 바람대로 벤자민은 두산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벤자민의 활약을 앞세워 KT는 1-0 승리를 거뒀다. 1차전에 이어 2차전까지 따내며 WC 도입 이후 최초로 5위 팀의 준플레이오프(PO)행이라는 새 역사도 만들어냈다.
쿠에바스에 이어 벤자민도 WC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벤자민은 초반부터 거침 없이 두산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1회에 이어 2회도 삼자범퇴로 끝낸 뒤 3회 1사 후 김기연에 좌전 안타를 맞아 이날 첫 출루를 허용했다.
그러나 후속 조수행을 슬라이더로 삼진으로 솎아낸 뒤 정수빈에 땅볼을 유도해 이닝을 정리했다.
4회도 김재호를 우익수 뜬공, 제러드 영을 땅볼로 처리하고 김재환에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끌어내 삼자범퇴로 막았다.
벤자민의 첫 위기는 0-0으로 맞선 5회말 찾아왔다.
첫 타자 양석환에 좌전 안타를 맞은 벤자민은 후속 강승호를 땅볼로 잡아내는 대신 1루 주자에 2루를 허용했다.
1사 2루에서 마주 선 허경민에겐 좌전 안타를 헌납했다. 이 틈을 타 2루 양석환은 3루를 돌아 홈까지 내달렸다.
그러나 타구를 집어든 좌익수 멜 로하스 주니어가 정확한 송구를 빠르게 포수 장성우에 전달, 그대로 양석환을 아웃시켰다.
로하스의 강력한 도움으로 실점을 막은 벤자민은 계속된 2사 2루에서 김기연을 투수 땅볼로 직접 처리하고 이닝을 끝냈다.
벤자민의 투구는 이후에도 거침 없었다. 팀이 1-0으로 앞선 6회 이유찬, 정수빈, 김재호를 연거푸 땅볼로 돌려세웠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벤자민은 두산 중심타선과 마주 해 위력적인 투구를 계속해서 펼쳤다.
선두타자 제러드를 루킹 삼진으로 솎아낸 뒤 김재환을 2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이어 양석환에 3구째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 3구 삼진으로 돌려보내며 포효했다.
경기 후 벤자민은 "오늘은 전체적으로 한 이닝씩 경기를 풀어나가려고 했다. 무엇보다 팀이 이기도록 한 이닝씩 집중하려고 했다"며 "(7회에는) 마지막 이닝인 걸 알아서 격한 감정 표현이 나왔다. 모든 걸 쏟아 부었다"고 말했다.
벤자민은 올해 두산을 상대로 3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8.18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날 과거 전적은 상관 없다는 듯 연식 위력적인 볼을 뿌렸다. 벤자민은 "과거 결과에 신경 쓰지 않고 오늘에 더 집중한 게 좋은 결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로는 팀 동료 "멜 로하스 주니어의 득점 순간"을 꼽았다. 6회초 선두타자로 출루해 좌선상으로 흐르는 2루타를 때려낸 로하스는 장성우의 뜬공에 3루로 진루한 뒤 강백호의 좌전 안타에 홈을 밟아 이날 유일한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자신의 투구 중에는 7회 2사 후 양석환에 삼진을 잡아낸 순간을 짚었다.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았을 때 한 달 동안 안 좋았던 순간도 잊었다. 마지막 삼진을 잡은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며 미소지었다.
팀이 5위 최초로 WC를 거쳐 준PO에 오른 것에 대해서는 "경기 전까지는 몰랐다. 모르고 들어간 게 다행인 것 같다"며 웃은 벤자민은 "우리 선수들은 가을야구 경험이 많다. 지금처럼 한 경기씩 잘 하면 다음 시리즈도 진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자신을 향해 아낌없이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팬들은 내가 지난달에 잘 못했을 때도 많은 응원과 격려를 해주셨다. 앞으로도 많은 격려를 부탁한다"며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고마워했다.
이제 KT는 준PO에서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 진출을 놓고 겨룬다. KT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LG에 1승 4패로 밀려 우승에 실패했다.
벤자민은 "작년 LG에 져서 배운 게 많다. 올해는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