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초부터 '하카' 등 액상형 전자담배 국내서 판매 시작
수년째 '줄기' '합성' 등 편법 계속…이제라도 규제 빈틈 없애야
[서울=뉴시스]주동일 기자 = 한국에서 전자담배의 역사는 의외로 20년이 넘었다.
업계에선 한 중국 기업이 세계 첫 전자 담배를 개발한 2003년을 시작으로 꼽는다.
당시 전자담배는 니코틴 액상을 넣은 카트리지를 가열해 증기를 흡입하는 '액상형 전자담배' 형태였다.
우리나라에선 2000년대 후반쯤 액상형 전자담배를 시작으로 전자담배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전자담배 중 액상형 제품의 역사가 가장 긴 것이다.
실제로 또 전자담배 다른 형태인 '궐련형(스틱형) 전자담배'는 필립모리스가 영국에서 아이코스를 출시한 2016년에야 판매되기 시작했다.
시장이 조성된 지 제법 긴 시간이 지났지만,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빈틈 투성이다.
액상에 주입하는 니코틴을 생산하는 방식에 따라 아예 담배로 분류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담배로 과세가 되지 않는 건 물론이고, 청소년 유동인구가 많은 학교 근처에서도 판매할 수 있다.
성인 인증을 거쳐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사용하는 니코틴은 ▲담뱃잎에서 추출한 니코틴과 ▲담배 줄기와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스템 니코틴) ▲합성 니코틴 세 종류로 나뉜다.
합성 니코틴은 말 그대로 화학물질로 제조하는 니코틴이다. 반대로 담뱃잎과 줄기,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은 '천연 니코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문제는 다 같은 니코틴이지만, 합성 니코틴이 국내에서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합성 니코틴을 활용한 편법 가능성은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를 본격적으로 규제한 2021년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발표할 때부터 제기됐다.
당시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이 발표되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선 담뱃잎에서 추출한 니코틴으로 만든 액상만 담배로 분류했다.
이를 피해 니코틴 액상 사업자들은 담배 줄기와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으로 액상을 만들고 있었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선 줄기와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으로 만든 액상을 담배에 포함했다.
하지만 정작 합성 니코틴을 사용한 액상은 넣지 않았다.
편법을 막기 위해 제도를 손봤지만, 전과 같은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 갈 여지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스템 니코틴을 규제한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이 발표된 직후, 니코틴 액상 판매 사이트에선 합성 니코틴으로 만든 제품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천연 니코틴으로 만든 액상을 합성 니코틴 제품으로 표기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제대로 된 규제가 이뤄지지 않아 시장이 건강하게 조성되지 못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방치한 규제의 틈새를 하루빨리 메워야 하는 이유다.
천연 니코틴으로 국내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업을 진행 중인 BAT로스만스가 합성 니코틴을 활용한 제품을 이달 말 출시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관련 규제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BAT로스만스는 "합성 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회엔 합성니코틴을 담배에 포함시키자는 담배사업법 개정안 등 5건이 기획재정위원회에 발의됐다.
이 외에도 자판기 등을 사용한 담배 판매를 금지하자는 담배사업법 개정안도 나왔다.
일부 전자담배 업계 관계자들도 규제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담배업계 관계자는 "합성 니코틴만 규제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라며 "세금 뿐 만 아니라 청소년 보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제대로 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무조건 저렴한 가격만이 능사는 아니다.
제대로 된 규제가 없어 소비자들이 성분 표기부터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상식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가장 오래된 전자담배지만, 규제는 여전히 허점 투성이다.
청소년을 포함한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담배 산업의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빨리 규제 공백을 메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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