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확고하다던 KT, MS와 한국형 GPT-4o·코파일럿 개발…왜?

기사등록 2024/09/30 07:10:00 최종수정 2024/09/30 07:32:16

KT-MS AI·클라우드 향후 5년간 수조원대 규모 파트너십 체결

KT, 탈(脫)통신 딛고 AI 기업 확실한 우위 확보

MS, AWS 대항해 韓 공공 클라우드 시장 조기 선점 기회 노린 듯

[서울=뉴시스]김영섭 KT  사장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겸 이사회 의장이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현지시간 27일 AI·클라우드·IT 분야 협력을 위한 5개년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사진=K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KT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격 손을 잡았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분야에서 향후 5년간 공동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동안 '믿음' 등 자체 AI·클라우드 사업을 벌여왔던 KT는 이번 MS와의 제휴를 통해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다.

MS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최대주주이자 챗GPT에 기반한 대화형 검색 서비스 '코파일럿'을 보유한 글로벌 AI 강자다. 또 MS가 보유한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는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클라우드와 함께 시장 점유율 기준 세계 3대 클라우드로 꼽힌다.

MS 입장에서도 국내 최대 유선 네트워크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확보한 KT와의 제휴로 한국 시장 입지를 크게 넓힐 수 있다는 구상이다.

김영섭 KT 사장은 지난 27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를 찾아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겸 이사회 의장과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5년간 AI·클라우드 사업 분야에서 공동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인데, 투자나 인력 양성 등 양사 협력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수조원 규모에 수준이라는 게 KT 측 설명이다.

◆ MS AI, 한국형으로 개발…맞춤형 AI 에이전트로 기업 공략

KT는 MS의 오픈AI 서비스를 통해 GPT-4o의 한국 맞춤형 버전 개발을 추진한다. GPT-4o의 경우 이용자와 실시간 음성 대화가 가능한 AI 모델로 최근에는 사투리까지 구사할 정도로 성능이 개선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또 소형 언어모델 파이(Phi) 제품군을 활용한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AI 모델도 개발한다.

양사가 함께 개발한 맞춤형 AI 모델은 KT의 고객 서비스 챗봇에 우선 적용한다. 또 기업간거래(B2B) 고객을 위한 산업별 특화 AI 솔루션 구축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이 뿐 아니라 KT는 MS의 대화형 AI 코파일럿과 애저 AI 스튜디오를 기반으로 맞춤형 AI 에이전트도 개발할 예정이다. 교육, 헬스케어, 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군을 겨냥한 한국형 코파일럿을 개발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선제적으로 서비스를 도입할 곳으로는 신한은행이 거론된다 신한은행은 이미 MS와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은행은 "KT와 MS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 금융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한국어와 금융서비스에 특화된 KT GPT모델을 활용해 국내 금융 소비자에게 최신 AI모델 기반의 혁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자체 AI 모델인 '믿음'은 차세대 버전을 준비, 계속 고도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 공공 클라우드 시장 '정조준'

양사는 국내 공공·금융 클라우드 시장에도 공동 대응키로 했다. 이를 위해 보안에 특화된 공공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놓는다.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발을 디딘 해외 플랫폼 기업은 아직 없다. 공공·금융 분야에는 클라우드보안인증제도(CSAP)나 망분리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CSAP 등급제 전환에 이어 암호모듈 규제 완화로 내년부터 해외 플랫폼 기업들의 진출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MS 등 글로벌 공룡간 치열한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MS는 국내 CSAP 자격을 보유한 KT와의 제휴를 통해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상당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T와 MS는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자의 데이터 유출이 되지 않도록 하는 보호 장치를 마련해 고객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구축하다는 방침이다.

KT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면서 최신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고 싶지만 빅테크 기술 이용시 우려되는 자료 유출 등의 불안 요소가 존재해 도입을 주저하는 곳들이 있다"며 "MS와 공동 개발할 시큐어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같은 수요를 빠르게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MS 기술 쓰지만 종속되지 않게…소버린 AI·클라우드' 추진

이번 MS와의 협력은 '소버린(주권) AI·클라우드' 서비스를 겨냥한 전략이다. 빅테크 기술 이용이 필요하지만 데이터·기술 주권이 종속되지 않는 서비스 구축을 필요로 하는 곳들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산업 전반에 AI·클라우드 기술 적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가운데 MS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술이 발빠르게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는 자칫 각 국가의 서비스에 빅테크의 가치관이 무분별하게 반영되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독도는 한국 땅이지만, 빅테크가 이렇게 인지하지 않을 경우 다른 대답을 내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보안이나 안보와도 연결된다. 공공기관에 빅테크의 기술을 적용하다 내부 정보가 새나갈 우려가 있다.

MS를 통한 소버린 AI·클라우드 구축은 이미 다른 국가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앞서 김영섭 대표가 스위스, 이탈리아, 벨기에 등 MS가 협력하고 있는 나라들을 방문한 것도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탈리아 정부의 경우 MS가 소버린 AI·클라우드를 공급하고 있다. 벨기에는 MS뿐 아니라 구글과도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MS 기술을 활용하지만 기술 주권이 종속되지 않는 이른바 '소버린' AI·클라우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자체 AI·클라우드 서비스가 어려운 국가를 공략해 수익을 낸다는 전략이다.

KT 관계자는 소버린과 관련해 "각 국가의 지식 재산이 빅테크 기업에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갖춘 상태에서 다른 나라의 빅테크 기술을 활용하자는 취지"라며 "데이터, 운영, 기술의 영역에서 이런 장치가 만들어져야 한다. 빅테크의 기술을 쓰되 안전하게 쓰는 보호장치를 갖추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글로벌 진출 위한 전문기업 설립…3년간 MS가 지원

KT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 AX 전문기업도 설립한다. MS는 3년 간 전문 인력을 지원하고 현장에서 실제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한다.

AX 전문기업은 국내만이 아닌 아시아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양사는 KT 광화문 빌딩에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 국내외 AI 관련 스타트업 육성을 지원키로 했다. 또 KT는 MS의 리서치센터(MSR)와 AI 신기술 및 미래 네트워크 등에 대한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내부 AI 인재 양성을 위해 MS와 공동 교육과정도 운영할 계획이다.

김영섭 KT CEO는 "강력한 빅테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인공지능+ICT(AICT)' 컴퍼니로 빠르게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나델라 MS CEO 겸 이사회 의장은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KT의 산업 전문성과 애저 AI 부터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에 이르는 전체 기술 스택을 결합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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