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멸구습격, 물폭탄 '연타'…"남는게 없다" 농가 망연자실

기사등록 2024/09/22 14:18:28 최종수정 2024/09/22 15:17:32
[해남=뉴시스] 이영주 기자 = 시간당 최대 101㎜ 폭우 피해를 입은 전남 해남군 문내면 한 논에서 22일 도복 피해와 벼멸구 피해가 동시에 보이고 있다. 2024.09.22. leeyj2578@newsis.com

[무안=뉴시스] 변재훈 기자 = 추수를 앞두고 전례 없는 벼멸구 고사에 설상가상 기록적 폭우로 인한 피해까지 덮치면서 벼 농가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22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누적 강수량 400㎜ 안팎의 폭우로 도내 논 1030.3㏊에서 벼 쓰러짐 피해가 났다.

짧은 시간 기록적인 장대비가 퍼부었던 전날 피해가 집중 발생했다. 지역별 벼 쓰러짐 피해 규모는 보성 716㏊, 해남 95㏊, 영암 80㏊, 나주 78.3㏊, 순천 30㏊ 등으로 잠정 집계됐다.

비바람에 취약한 쌀 품종인 이른바 '가루쌀'(바로미2) 위주로 모내기를 한 나주시 동강면 일대에서는 피해 규모가 컸다. 수입 밀 대체, 쌀 공급 과잉 대응 차원에서 개발된 품종인 '가루쌀'은 지난해 처음 파종됐다.

쓰러진 나락을 다시 세워 볕에 말리면 수확할 수는 있지만 빗물에 나락이 오랫동안 젖어있다면 상품 가치가 떨어져 수확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곳곳에 들어찬 물이 빠지기 시작한 이날 오전에도 전남도와 각 시군마다 추가 도복·침수 신고가 잇따르고 있어 최종 농경지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해남=뉴시스] 이영주 기자 = 시간당 최대 101㎜ 폭우 피해를 입은 전남 해남군 문내면 한 논에서 22일 도복 피해와 벼멸구 피해가 동시에 보이고 있다. 2024.09.22. leeyj2578@newsis.com

상당수 벼 농가는 비가 내리기 직전까지 벼멸구로 인한 고사 피해를 입은 상황이라 상심이 더욱 깊다.

6~7월 무더운 여름에 기승인 벼멸구는 볏대 즙액을 먹으면서 벼를 고사시킨다.

실제 노랗게 물들어야 할 들녘은 벼멸구 습격으로 고사한 벼들이 황갈색을 띄며 곳곳이 황폐화되고 있다. 수확 2주 전부터는 벼에 농약을 칠 수 없어 무작정 방제 작업부터 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전남도내 벼멸구 피해는 1만9603㏊로 추산된다. 전체 벼 재배 면적 14만8000㏊의 13.3%에 달한다.

시·군별로 고흥 2667㏊, 해남 2554㏊, 보성 1988㏊, 장흥 1776㏊, 무안 1500㏊ 등으로 확인됐다. 지난해(1000ha)와 비해 17배 늘었다.
 
화순군 한 농민은 "벼 농사 10년째지만 벼멸구 피해는 처음 본다. 고온다습한 날씨에 피해가 커진 것 같다"며 "쌀값도 떨어지는데 벼멸구 피해까지 겹쳐 올해는 남는 게 거의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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