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전고점 대비 평균 90% 수준 회복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실수요자 관망세 전환
美 금리 인하·주택 공급 부족 우려…상승세 계속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금융당국이 급증한 가계 부채를 줄이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오르고,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2단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숨을 고르고 있다. 대출 규제로 집을 사거나 팔려는 사람들이 관망세로 돌아서고, 매물이 줄어 당분간 거래가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값이 반년 넘게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올해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이 3.39%, 수도권은 1.29%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 7~8월 강남·용산구 등 서울 주요지역 아파트값이 전고점 대비 평균 90%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가 지난 7~8월 계약된 서울 아파트의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이후 동일 단지, 동일 주택형의 직전 최고가와 비교해 평균 90%까지 매매가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구별로 서초, 용산구의 3분기 거래가격이 직전 최고가의 평균 99%까지 올라섰다. 이어 강남구(97%), 마포구·종로구(95%), 성동구·중구(93%) 등이 뒤를 있었다. 송파·양천·광진구도 최고가의 92%까지 실거래가를 회복했다. 실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84㎡는 최근 46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또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84㎡도 지난 7월 20억1000만원에 거래돼 전고점을 넘어섰다.
금융당국은 급증하는 가계 부채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산금리를 높이고, 대출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이달부터 본격 시행했다. 2단계 스트레스 DSR는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각각 가산금리 0.75%p(포인트)를 적용하는 규제다. 2단계 규제에서는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가산금리 1.2%p(포인트)를 적용한다.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으로 소득 5000만원 차주가 변동금리로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3억1500만원에서 2억8700만원으로 2800만원가량 줄어든다. 소득 1억원 차주는 대출 한도가 6억3000만원에서 5억7400만원으로 감소한다.
서울 아파트값의 상승 폭을 전주 대비 줄었으나, 상승세는 여전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달 셋째 주(16일 기준)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6% 오르면서 2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승 폭은 전주(0.23%)보다 줄어들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매물은 증가했으나 거래량은 감소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단기 급등한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관망 심리가 점차 확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되고,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매물이 늘어났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1615건으로, 전달(7만9141건) 대비 3.1% 증가했다. 특히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당일인 지난 1일(8만462건)에 비해서도 1.4% 늘어났다.
부동산 시장에선 일시적인 숨고르기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집값이 급등해 피로감이 쌓인 데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이면서 실수요자들이 잠시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앞서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의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단기간 급등한 서울 아파트값을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실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대출 규제 강화로 전반적으로 부동산 매수 심리가 위축됐다"면서도 "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심리와 주택 공급 부족 우려 등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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