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 PA간호사 의료행위 법적 보호 근거 마련
업무범위·인력기준·교육수련 등은 복지부령으로 남겨
의협 "PA간호사 통한 무면허 의료행위 국민피해 우려"
간무협 "시험자격 응시 제한은 직업 중 유일한 차별"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19년 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간호법이 지난달 28일 통과됐지만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도 산적했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간호법이 이르면 내년 6월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보건의료계 직역 간 마찰은 계속되고 있다.
기존 의료법에서 간호사 관련 내용을 떼어내 간호법을 제정하는 것은 간호계의 숙원이었다. 앞서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직역 갈등 확산 등의 이유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고 이후 재의결에서 부결되며 최종 폐기됐다. 당시 윤 대통령은 "간호법안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간호 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제정으로 합법과 불법 경계 사이에 있던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의료행위를 법적으로 보호하게 됐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와 간호사는 규정하고 있으나 PA간호사는 없다 보니 의료사고가 나도 의료법상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
간호법 입법으로 PA간호사의 의료행위가 법률로써 규정됐다는 점에서 간호계에서는 반기고 있다. 다만 PA간호사 업무범위와 적정한 간호 인력 기준, 구체적 교육 수련은 차후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간호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PA간호사들이 수행 가능한 업무범위를 구체화해야 한다. 또 이를 시행령에 담아야 하는 과제도 남았다.
대한간호협회는 업무 범위에 대한 명문화 없이 간호사가 대체 업무에 투입되면 법정 범위 외의 업무와 책임을 떠맡는 전례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간호 인력 기준을 법으로 제정하지 않고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병원노동조합에 가입한 간호사들로 구성된 '행동하는간호사회'는 "그 동안의 진료지원 시범사업에 대해 불법의료 시비 등을 피해 가고, 앞으로도 값비싸고 부족한 의사 대신 의사보다 더 값싼 인력으로 대체하기 위함이라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쟁점인 간호조무사의 학력 기준은 법안에서 빠지고 추가 논의를 이어간다는 부대 의견에 반영됐다. '고졸 학력'으로 제한돼 있는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 폐지가 간호법에 담기지 않은 것이다.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 학력 제한의 경우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고졸·학원출신의 사회적 낙인과 차별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던 90만 간호조무사는 절망과 분노로 들끓고 있다"라며 "당사자인 간호조무사를 배제한 간호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빠른 시일 안에 '간호조무사 시험응시 자격 개선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할 것을 촉구한다"며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학력제한은 우리나라 모든 직업 중에서 간호조무사만 유일한 차별이기 때문에, 다른 직업의 자격과 동등하게 해주면 된다"라고 말했다.
보건의료계 직역 간 갈등은 한동안 거세게 제기될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간호사 불법진료 대응센터'를 운영해 간호사가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의료행위에 대해 신고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PA 간호사를 통한 무면허 의료행위가 조장되면서 국민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는 "민형사상 자문 등 모든 지원을 통한 적극적 대처로 불법의료가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임상경험을 겸비한 의사에게서 진료를 받는 것이 아닌, 간호사에게 진료 및 치료를 받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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