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일당 항소심 선고
권오수 징역형 집행유예…전주 손모씨도 유죄 인정
[서울=뉴시스]박선정 김래현 기자 =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에서 이른바 '전주' 손모씨의 방조 혐의에 대한 판단이 무죄에서 유죄로 뒤집혔다. 법조계에서는 손씨가 김 여사와 유사한 의혹을 받아 재판에 넘겨진 만큼, 이날 유죄 판단이 김 여사 사건 처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는 12일 오후 자본시장법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9명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권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앞선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이 선고된 것에 비해 형이 더 무거워졌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손씨의 경우 주가조작 방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손씨는 부동산 개발 관련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자신과 아내, 회사의 명의 계좌 총 4개를 이용해 고가매수 등 이상매매 주문을 제출하고 대량매집행위를 하는 방식으로 시세조종행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었다.
1심 재판부는 손씨가 시세조정 작전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지만, 이에 편승해 이득을 보기 위해 피고인들과 공모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작전)에 편승해 주식을 매수하고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의도로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짐작되고 시세를 변동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볼 사정이 달리 보이지 않는다"며 "큰손 투자자 혹은 전주에 해당할지언정 피고인들과 공모해 시세조종행위에 가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후 검찰은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손씨에게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점을 알면서 그 실행 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행위를 말한다.
2심 재판부는 "손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다른 종목 투자와 같은 방식으로 투자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형적인 투자 성향을 보여주는 다른 거래와 달리 도이치의 경우 시세조정에 협조하는 양상이 드러남을 알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가조작 주포 등이 시세조정을 한다는 행위를 알면서도 이를 방조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1차 시세조종으로 알려진 2010년 10월 이전 방조 행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완성돼 면소 판결했다. 면소란 해당 사건에 대한 공소가 부적당한 경우 직접 판단 없이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은 현재 김 여사가 3개의 계좌를 주가조작 일당에 일임하고 이들과 의사소통하며 계좌를 운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수사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손씨의 방조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된 만큼 김 여사 사건의 처분에도 영향이 있을 거라 분석한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건을 처리할 때 유사한 혐의자의 재판 결과는 당연히 참고가 된다"며 "범행에서의 역할이나 지위가 유사한 사람의 재판 결과는 (사건 처분에) 상당히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손씨보다 김 여사가 (시세조종에) 더 관여도가 깊기 때문에 (재판부의) 판단을 놓고 보면, 방조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된 계좌의 수나 기간, 횟수와 금액 면에서 김 여사의 개입도가 높다. 자신의 계좌를 관리한 시세조종 일당의 거래 내용과 관련해 증권회사 직원과 통화한 녹취록도 나왔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기소가 됐을 때 유죄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항소심 결과가 나온 만큼 검찰에서도 조만간 김 여사의 주가 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처분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손씨의 유죄판결에 따라 김 여사에 대해서도 유죄가 내려질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이냐"는 질의를 받았다. 이에 박 장관은 "수사하는 사람들이 정보와 법리에 따라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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