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연일 복지부 장·차관 경질론 띄워
일부 여권 인사들도 차관 교체 요구 나서
인적 쇄신 통한 의료계와 협상 의도 분석
교체시 주도권 의료계에 뺏길 우려도 나와
결국 '2025년 의대 정원 증원' 협의가 변수
"당사자인 전공의·의대생과 대화 나서야"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보건복지부 장·차관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의·정 갈등 해결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자 인적 쇄신을 통해서라도 의료계와 대화를 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대통령실은 이 같은 경질 요구에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정부가 의료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인사권을 행사할 경우 자칫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일부 여야 의원들은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복지부 수뇌부를 교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두고 의료계와 골이 깊어진 장·차관이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을 경우 오히려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성의 있는 조치 선행을 통해 의료계의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졸속 정책으로 의료 대란을 초래한 장·차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8일 "윤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이미 의료대란의 최고 '빌런'으로 등극한 지 오래"라며 "대통령의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등 책임자들의 경질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6일 "복지부 장관과 차관을 문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권에서도 일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의·정 갈등 장기화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9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박민수) 차관 정도는 스스로 고민하는 것도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6선인 조경태 의원 역시 박민수 차관의 경질을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정치권에서 복지부 수장 경질을 제기하는 배경에는 의료계와 대화를 위해서 협상 파트너를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의·정 갈등이 반년 넘게 지속되면서 평행선을 그려온 장·차관과 의사들이 의료개혁과 관련해 극적 합의를 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시각이다.
복지부 차관의 잇따른 말실수로 의료계 내 정부의 신뢰도 하락했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한 직후 '의사'를 '의새'로 발음해 의사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당시 박 차관은 "단순 실수"라며 "뜻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지난 4일에는 경증 환자 판단과 관련해 "본인이 전화해서 (병원을)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면 경증"이라고 발언했다가 사과하기도 했다.
반면 복지부 장·차관의 문책이 의료개혁의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를 통해 "여당이 복지부 장·차관을 문책하라고 떠드는 것은 본인들의 책무를 망각한 아이러니"라며 "그게 의료대란 해법이냐"고 질타했다. 이어 "의사들과 용산 눈치 보느라 조정·중재에 나서지 않은 여당 책임"이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의료개혁을 처음부터 추진했던 장차관이 끝까지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시점에서 장차관을 교체할 경우 주도권이 의료계나 야당으로 넘어가 의료개혁이 자칫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복지부 장관과 차관에 대한 경질 요구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9일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요구에 대해 "의료개혁이 한창인 중에 책임을 맡고 있는 장차관을 교체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그리고 인사권은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1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위해 복지부 장·차관 등 정부 책임자 경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열심히 일하는 자를 왜 계속 끌어내리라고 하느냐"며 "문제와 관련해서는 본인들이 사과했다"고 거절의 뜻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복지부 장·차관 교체를 하더라도 의료계가 협상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내다봤다. 의료 정상화의 열쇠를 쥔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여전히 협상 조건으로 '2025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는 2025년 증원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의·정 갈등의 핵심은 전공의들이 복귀하느냐 안 하느냐가 핵심이다. 전공의가 키(key)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여야의정 협의체가 꾸려지려면 '의'를 전공의로 못 박아서 얘기해야 한다"며 "각 의과대학 비대위 교수들, 전공의 대표, 학생 대표 등 3명으로 추려야지, 다른 사람을 끼워 넣으면 안 된다"고 제언했다.
그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2025년 정원 백지화'를 끌어내더라도 전공의들은 의협 회장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따르지 않을 것"이라며 "당사자와 직접 협의해 사태를 풀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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