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0일 토론회에서도 횡설수설할까-NYT[2024美대선]

기사등록 2024/09/10 08:27:45 최종수정 2024/09/10 09:36:52

열광적 지지자 말고 트럼프 횡설수설 접할 기회 적어

허위 주장이라도 강하게 펴지만 앞 뒤 안 맞는 일 잦아

유권자 절반 이상 40대 이하…90년대 "양들의 침묵" 예시

바이든에 감춰진 "고령으로 대통령 직무 비적합" 답변 증가

[뉴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각) 뉴욕 경제 클럽에서 발언하고 있다. 육아비용 지원 정책에 대해 밝히면서 횡설수설했다는 동영상이 소셜 미디어에 널리 퍼지고 있다. 2024. 9.10.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재선할 경우 미국 역사상 가장 최고령이 될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횡설수설하는 일이 잦아 대통령 직무 수행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6월의 조 바이든-트럼프 토론회 당시 80세 전후의 두 후보는 대통령 직무 수행 능력을 입증하는데 실패했다.

78살인 트럼프는 6월 토론회에서 81살인 바이든보다 더 힘 있고 큰 목소리를 냈으나 사람 이름과 여러 사실들을 혼동하고 발언의 줄기를 자주 놓쳤다.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횡설수설하는 연설, 앞 뒤 맞지 않는 발언들, 잦은 극단적 폭언 등으로 유권자 다수가 트럼프의 인지 능력에 의구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난다.

바이든이 사퇴하면서 트럼프는 역대 최고령 대선 후보가 됐으며 재선할 경우 임기를 마칠 즈음에 82살이 돼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트럼프는 바이든 사퇴 이전에는 자신의 나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회피할 수 있었으나 10일의 토론회에서는 거의 20살 어린 해리스 부통령을 상대해야 한다.

트럼프는 지난 5일 뉴욕 경제 클럽에서 아동복지 관련 질문에 답하면서 두서없이 발언하는 등 선거 캠프를 걱정하게 만드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트럼프는 육아비용 마련이 힘든 근로자를 위한 정책을 묻는 질문에 여러 차례 머뭇거리다가 논리를 잃고 무역 관세를 올릴 것이라고 답했다.

◆근로자 육아비용 지원 정책 질문에 관세 인상하면 만사 해결

이 장면의 동영상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횡설수설” 등의 제목이 달린 채 널리 유포됐다. 백악관과 해리스 진영은 “뒤죽박죽 발언(word salad)”이라고 조롱했다. 미 하원 민주당 2인자인 캐서린 클락 민주당 하원의원은 소셜 미디어에 “제대로 된 문장을 잇지 못한다”고 썼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토론회에서 ‘일관성’ 검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트럼프는 산만하고 요점이 불분명한 즉흥적 발언이 잦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발언들은 문법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많다. 여러 주제들을 마구잡이로 언급해 듣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든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터무니없는 주장도 자주 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고령 때문에 생긴 문제로 판단한다.

트럼프는 니키 헤일리와 낸시 펠로시를 헛갈리고 힐러리 클린턴에게 승리했음에도 버락 오바마에게 승리했다고 말한 적이 여러 번이며 자신의 전 주치의 이름을 잘못 말한 뒤에도 자신이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난 6월 네바다 주 유세에서 침몰하는 배를 탄 경우를 예로 들면서 괴상한 결론을 이끌어냈다. “나라면 절대 감전사를 택할 것이다. 상어 근처에도 안 간다. 결론은 우리가 보트를 끝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학교가 제멋대로 자녀를 성전환 수술한다"

전혀 설득력이 없는 주장을 펴기도 해 현실 감각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지난달 말 학교가 성전환 수술을 지원한다면서 “학교간 자녀가 며칠 뒤 수술을 받고 나타난다. 학교가 여러분 자녀들을 멋대로 결정한다”고 말한 것이 그중 하나다.

자해적인 행동으로 지지자들이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일도 잦다. 지난 6일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1970년대 자신이 비행기 안에서 한 여성을 성추행한 일을 언급했다.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렇지만 그런 일은 절대 없었다. 그 여성은 내 타입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의회폭동 사건 뒤 트럼프와 결별한 스테파니 그리샴 전 백악관 공보 비서는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의 횡설수설이 갈수록 심해진다. 나이 때문인지 정신력 쇠퇴 때문인지 모르지만 언론, 대중, 나아가 지지자들까지도 거짓말과 횡설수설하는 사람에게 갈수록 질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관한 일들 천재적으로 엮어내는 화법"으로 포장

트럼프는 최근 자신의 화법에 대해 “서로 무관한 아홉 가지 말을 하지만 모두 멋지게 엮는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트럼프가 하는 말이라면 무조건 환호하는 지지자들 이외에 의식의 흐름 스타일로 장광설을 펴는 트럼프 발언에 접할 수 있는 유권자들은 많지 않다. 수천 만 명이 지켜볼 10일의 토론회가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 6월 대선토론회에서 바이든은 쇠약하고 지친 모습으로 명료한 주장을 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트럼프는 훨씬 정력적인 모습으로 토론회를 지배했고 사실이 아닌 주장까지도 강하게 폈다.

현재 미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40살 이하다. 이들은 대체로 해리스에 열광한다. 트럼프가 예로 드는 일들은 대부분 수십 년 전 일들이다. 1991년 영화 “양들의 침묵”을 자주 거론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이 후보에서 사퇴한 뒤로 미국인들은 트럼프의 고령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달 모닝 컨설트 조사에서 등록 유권자의 51%가 트럼프가 너무 늙어 대통령직에 맞지 않는다고 답했다. 바이든 사퇴 전 44%였던 답변이 늘어난 결과다. 마켓 법과대 여론조사에서는 57%가 트럼프의 고령을 우려했다.

◆"고령으로 대통령 직무 부적합" 답변 증가

트럼프가 대통령 직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답변이 늘었다. 모닝 컨설트 조사의 경우 직무 수행에 적합하다는 응답이 53%에서 48%로 줄었다. 4명 중 1명 가까이 트럼프가 대통령 4년 임기를 제대로 마칠 수 없을 수도 있으며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잘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는 5일 뉴욕 경제 클럽에서 근로자 계층 육아비 지원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렇지만 숫자를 묻는데 내 말은…육아는, 육아, 그건, 어쩔 수 없는, 알죠, 뭔가가 있다. 그걸 알아야 한다. 이 나라 사람들이 그걸 알아야 한다. 여러분이 내가 말하는 숫자와 내가 말하는 숫자가 다르다. 나는 외국에 전에 없는 세금을 매길 것이지만 빠르게 정착될 것이다…그래도 외국이 우리와 거래를 끊지는 않을 것이고 우리나라에 제품을 보내면서 많은 세금을 낼 것이다. 그 숫자가 육아 문제 등 다른 어떤 숫자보다 훨씬 더 커서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가 하고 싶었던 말은 관세를 부과해 세금을 크게 늘리면 육아 비용을 나라가 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인 듯했다. 또 하나의 타당성 없는 정책 주장이다.

그나마도 요점을 명확하게 말하지 못하면서 질문한 사람은 물론 그의 말을 듣던 사람들이 뒤통수를 긁적였고 그런 반응을 담은 소셜 미디어 영상 조회 수가 수백 만 건에 달했다. 트럼프가 제대로 나이를 먹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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