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역 찾아 독도 조형물 철거 지시"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에 있던 독도 모형이 지난 5월 서울교통공사의 전수조사 전 사장 지시로 철거된 것으로 파악됐다.
9일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승진 시의원(중랑3)에 따르면 광화문역 독도 조형물은 5월 중순 광화문역을 찾은 서울교통공사 사장의 지시에 따라 지난 5월20일 철거됐다.
박 시의원은 "광화문역 독도 조형물 철거 지시 후 어떠한 내부 검토도 없이 즉각적으로 지시가 이행됐다"며 "이후 역사 내 방치된 시설물을 파악 후 철거하라는 사장 요청사항이 전 역사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교통공사 건축처에서는 지난 5월14일 '광화문역 독도 모형 철거 협조'라는 제목의 기안문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장 요청사항으로 전 역사에 '방치 시설물 파악 후 철거'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건 지난 5월17일인데, 이보다 사흘 앞서 철거가 추진된 것이다.
광화문영업소에서는 조형물 철거가 이미 완료된 이후 5월21일에서야 역사 내 방치된 시설물을 조사해 자료를 제출했다. 독도 조형물이 있던 잠실역과 안국역의 경우 각 영업소의 전수조사 과정 등을 거쳐 지난 8월8일과 12일 철거 조치를 완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간 공사는 이태원 사고 이후 지하철 역사 혼잡도 개선 등을 위해 승객 동선·통행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시설물을 전수 조사해 조형물을 철거했고, 그 중 독도 조형물이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도 지난달 29일 서울시의회 제326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독도 모형 철거와 관련해 저희가 이걸 철거하고, (이렇게) 가이드를 준 적은 없다"며 "역장이 판단을 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광화문역 독도 모형을 먼저 철거한 이유에 대해 공사 측은 "시설 노후, 일부 균열에 따라 시민 안전 확보를 위해 자체적으로 판단해 철거했다"고 설명했다.
박 시의원은 "기시다 총리가 서울을 방문한다는 것이 5월 초부터 알려져 있던 상황에서 광화문역 독도 조형물을 갑자기 철거한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충분한 검토 없이 철거를 진행하고, 문제를 지적하자 그제서야 리모델링하려고 했었다는 것은 시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광화문역 독도 모형은 창고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도 조형물이 철거된 광화문, 잠실, 안국역 등 3개 역사에는 독도 영상이 나오는 85인치 크기의 TV가 설치된 상태다. 조형물이 철거되지 않은 시청역, 김포공항역, 이태원역 내 기존 독도 조형물은 복원 작업을 거쳐 독도의 날(10월25일)을 앞둔 10월20일께 전시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ach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