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유턴하던 중 뒤따르던 자전거와 충돌
자전거 탄 어린이, 차량 추월 위해 역주행
재판 과정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주장
1심 "보호구역선 돌발 상황 염두에 둬야"
자동차를 운전하던 A씨는 지난해 6월16일 오후 6시께 서울 동작구의 한 편도 1차선 도로를 운전하고 있었다. A씨가 지나던 장소는 어린이보호구역이었고 그는 도로 우측에 차량을 잠시 정차했다.
A씨는 차량을 출발하면서 곧바로 중앙선을 넘어 유턴을 시도했고, 뒤따르던 자전거와 충돌했다. 해당 자전거에는 어린이 B(11)군이 타고 있었는데, 그는 A씨 차량을 추월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땅에 넘어진 B군은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가벼운 타박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를 다치게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자전거를 탄 B군이 과속으로 추월하다가 차량을 충격한 것이라며 오히려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피해자일 뿐 피고인의 (유턴 시) 중앙선 침범행위와 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사고 상대방이 어린이라고 해서 피고인이 가해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는 진통제만 처방받았고 타박상은 별도의 치료 없이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는 것"이었다며 "피해자가 입은 상해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번 사고가 운전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인한 것이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지난 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보호구역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어린이는 언제든지 예측 밖의 행동을 할 수 있고, 어린이보호구역을 통행하는 차량 운전자는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운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차량을 출발시키기 전이나 중앙선을 넘기 전 주변을 살펴 차량 뒤에서 다가오는 어린이의 자전거가 있는지를 확인했어야 한다"며 "동시에 돌발 상황 발생 시 즉시 제동했더라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피해 어린이는 사고 직후 강하게 차량 본닛 위로 떨어져 몸이 휘청거렸고 다리를 잡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상해가 별도 치료 없이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 등을 위반해 상해를 입혔지만, 상해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자동차종합보험을 통해 피해자에게 치료비와 수리비가 지급된 점, 형사공탁을 한 점 등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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