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오는 29일 총파업 예고해
코로나 확산·추석 앞두고 의료대란 우려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의정갈등에 따라 전공의 공백이 지속되자 이들의 업무를 대신해오던 간호사마저도 현장을 떠날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의료 공백이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오는 29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앞서 보건의료노조는 61개 사업장 조합원 2만9705명을 대상으로 지난 19~23일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조합원 2만4257명이 참가한 가운데 2만2101명이 파업에 찬성해 찬성률 91.11%를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는 노조 소속 61개 사업장(공공병원 31곳·민간병원 30곳)의 조합원(응급실·중환자실 등에 근무하는 필수유지 업무 인력 제외)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의 70%가량이 간호사인 만큼 의료공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간호사들은 그동안 전공의 자리는 물론 의료 현장을 지키다 피로도가 극에 달해 사직한 교수들 공백까지 메워왔으나, 간호사들 역시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다.
노조 측은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병원들이 우리 노동자에게 강제 연차휴가 사용, 무급 휴가, 무급 휴직, 원하지 않는 응급 오프, 부서 이동 등의 불이익을 줬으나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현장을 지켜왔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진료지원(PA)간호사 업무를 하며 몇 배로 늘어난 노동 강도에 번아웃 되면서도 버텨왔으나 더 이상은 힘들다”며 “병원은 노조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정부는 교착상태에 빠진 노사 교섭 해결을 위해 공공·필수·지역의료 살리고 왜곡된 의료체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자가 줄어든 병원들은 경영난에 처해 임금체불과 구조조정 등이 이어지면서 노조 측과의 갈등이 지속되는 등 상황은 여러모로 악화되고 있다.
또 의료공백은 응급실조차 위태롭게 하고 있어 우려가 더 커진다.
아주대병원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14명이었으나, 의정갈등으로 인해 3명이 사직했다. 최근에는 추가로 4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남권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이화여대목동병원의 응급실에는 당직 전문의가 1명만 남았다.
또 최근 코로나 확산으로 환자들이 늘고 있으나, 의료진 부족에 따라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통계를 보면 코로나19 표본감시 입원환자 수는 이달 셋째 주 올해 들어 가장 많은 1444명으로, 한 달 전인 7월 셋째 주에 비해 6.4배 증가했다.
정부는 이에 보건의료노조를 설득 중이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전날인 25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주재하고 “의료 현장의 혼란으로 고생하는 보건의료노조의 고민과 어려움도 이해하지만 환자와 국민의 불안한 마음을 다시 한 번 헤아려 주길 바란다”며 “정부는 의료정상화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응급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 추석 역시 앞두고 있어 우려는 더 커진다.
이화여대목동병원의 남궁인 응급의학과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명절에는 모든 병원이 문을 닫아 환자가 많게는 40∼50% 증가할텐데, 환자 불편과 대란이 예고됐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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