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우은식 부장= 부장이 떠먹여주는 뉴스, 부먹뉴스. 오늘(23일)은 어제 있었던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낸 '위자료 소송'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재판부는 역대급으로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 사실상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왔는데요. 어떤 이유에서 이런 판결을 내린 건지, 법조팀 소속인 장한지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재판부가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준 결정적인 이유가 뭔가요.

▲장한지 기자= 통상 '부부간의 부정행위 소송'에서는 공동 불법행위자인 두 사람의 관계가 혼인이 파탄나기 전부터 시작된 것인지, 아니면 혼인 파탄이 난 이후에 형성된 관계인지가 중요한 관건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희영 이사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하기 전부터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은 이미 혼인 파탄 관계였다'고 주장해온 건데요.

그런데 재판부는 이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부정행위는 혼인 파탄 이전인 2009년 초 무렵에 시작돼서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부정행위 이전에 노소영과 최태원이 파탄에 이르렀다거나 책임이 노소영에게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는데요.

혼인 파탄의 책임이 김희영 이사장과 최태원 회장에게 있다고 분명하게 못박은 것입니다.

▲부장=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위자료 20억원 계산은 어떻게 나온 건가요.

▲기자= 네, 사실 재판부가 판결 선고를 하면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하는데 기자들 사이에서는 허둥지둥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재판부가 "김희영 이사장도 최태원 회장과 동등한 액수를 부담해야 한다"면서도 또 "김희영 이사장은 최태원 회장과 공동해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기 때문인데요.

앞서 최태원 회장의 경우 지난 5월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재산분할로 1조3800억원을 지급하고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었거든요.

김희영 이사장도 동등한 액수를 지급해야 한다는 거라면 최태원 회장과 똑같이 20억원을 따로 지급하라는 건지, 최태원 회장이 선고받은 위자료 20억원을 두 사람이 공동해서 같이 분배해 지급하라는 건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했기 때문에 주문을 듣고서도 팩트체크하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부장= 그래서 결론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최태원 회장이 지급해야 할 20억원을 동등한 액수로 분배해 같이 지급하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알아야 할 법률적인 개념이 '부진정연대채무'입니다.

▲부장= 말이 어려운데 부진정연대채무가 뭔가요.

▲기자= 부진정연대채무는 다수의 채무자가 동일한 내용의 급부(채무자가 해야 할 행위)에 대해서 각자가 독립적으로 급부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통상 이러한 부정행위 소송에서는 부정행위자(상간자)와 부정행위를 저지른 배우자(상간배우자)가 피해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두 사람은 '공동 불법행위자'가 되고, 공동 불법행위자인 두 사람이 채무, 그러니까 하나의 위자료를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개념에 따라서 김희영 이사장과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20억원을 공동해 지급하라고 한 것입니다.

▲부장= 위자료 20억원이라는 역대급 판결은 좀 이례적인가요, 어떤가요.

▲기자= 법조계에서는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통상 이혼소송에서 손해배상액은 많아야 5000만원 수준인데요. 20억원이면 최대치의 약 40배 수준이니까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이례적인 부분이 하나 더 있는데요, 최태원 회장과 김희영 이사장에게 '동등한 액수'를 공동해 지급하라고 판단했다는 사실입니다.

통상의 이런 소송에서는 부정행위를 저지른 배우자가 위자료 액수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을 지급하고, 상대적으로 남은 소액의 액수를 부정행위자가 지급하거든요.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김희영 이사장과 최태원 회장 두 사람이 똑같이 같은 액수, 그러니까 단순 계산하면 각각 10억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이니까 이례적인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김희영 이사장의 부정행위 정도를 재판부가 심각하다고 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부장= 심각하게 본 이유가 뭔가요.

▲기자= 우선 재판부는 혼인과 가정생활의 유지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했는데요. 혼인과 가정생활은 헌법에 의해 보장된 것이고, 그 유지를 방해하고 배우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불법행위라고 전제했습니다.

두 사람의 경우 일반 사람들의 부정행위 소송과는 다른 부분이 있었죠. 혼외자를 출산한 데다가 일방적으로 가출하기도 하고, 나아가 공개적 행보를 보이면서 노소영 관장에게 크나큰 상처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가한 점이 감안된 판결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많은 위자료를 정한 건 재산 규모와 혼인 기간, 부정행위의 정도 등을 종합해 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장= 김희영 이사장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하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김희영 이사장은 "노소영 관장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특히 오랜 세월 어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가슴 아프셨을 자녀분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항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부장= 이런 입장을 밝힌 것도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쁘게 만은 보이지 않는 것 같네요. 시청자분들이 '20억원도 작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위자료 소송은 재산분할 소송과는 별개의 소송입니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은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 대법원 판단일 텐데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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