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대론 속 당권 도전하며 일극체제·개딸 비판
당원투표 저조 속 12% 득표…대의원 21%·여론조사 12%
비명계 한계 절감…결과 상관없이 의미있는 도전이라는 평가도
김경수와 함께 향후 비명계 세 결집 역할 주목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8·18 더불어민주당 정기전국당원대회(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 일극체제에 각을 세우며 맞붙은 김두관 당대표 후보가 결국 고배를 마셨다. 일찌감치 '또대명(또 대표는 이재명)' 기류 속에 들러리만 서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추대론'까지 거론되던 민주당의 당권 레이스에 변화를 주며 결과에 상관없이 의미 있는 도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 후보는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최종 득표율 12.12%를 기록했다.
아쉬운 성적표이지만 전날 종료된 17차례의 지역 순회경선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에서 6% 선을 벗어나지 못한 것을 고려하면 국민 여론조사와 대의원 투표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대의원 투표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21.15%를 득표했고, 여론조사에서는 11.72%를 얻었다.
김 후보의 득표율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와 맞붙었던 비명계 박용진 후보 득표율(22.23%)에 견줘서는 10%포인트가량 낮다. 비명계 인사들이 4·10 총선 과정에서 대거 탈락해 세력이 약화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김 후보는 지난달 9일 이재명 대표 중심의 일극체제에 대해 견제구를 날리며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세종특별자치시의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은 국민이 부여한 여소야대 정국의 거대 1당으로서 책임을 거슬러 역사상 유례가 없는 '제왕적 당 대표 1인 정당화'로 민주주의 파괴의 병을 키웠다"며 이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민주당의 생명은 다양성이지만 지금 민주당에서 토론은 언감생심이고, 1인의 지시에 일렬종대로 돌격하는 전체주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며 "이번 출마는 눈에 뻔히 보이는 민주당의 붕괴를 온몸으로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라고 말했다.
수차례에 걸친 TV토론회와 정견 발표에서도 이 대표의 팬덤 정치와 일극 체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지금과 같은 당 운영으로는 정권 교체가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뉴시스와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적으로 규정하고, 문자폭탄에 탈당까지 요구하는 소수 강성 개딸이 의사결정을 주도해 민주당을 망치고 있다"며 "개딸 때문에 내부 단결도 어렵고, 외연 확장도 어려운 실정이다. '개딸에 갇힌 이재명'으로는 정권 탈환이 어렵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 대표가 '먹사니즘(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앞세우며 종부세·금투세 완화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정책 저격수를 자임했다.
이 대표에 각을 세우면서도 정치 개혁 방안 등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당의 운영 기조를 '정치 투쟁'과 '민생경제 대연정'의 '투 트랙'으로 전환하자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연정 내각 구성을 제안하는 한편 윤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 등도 제안했다. 그러나 이 대표 압승 행진 속에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김 후보의 이번 당권 도전에서 얻은 유·무형의 성과물은 작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이재명 대표 대세론 속에서 레이스를 우직하게 완주하며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인지도를 끌어올려 당내에서의 체급을 일정 부분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는 결과 발표 후 "저는 민주당의 다양성과 민주성, 역동성을 살리기 위해 1%라도 다른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출마했다"며 "지난 40일을 되돌아보면 제 정치 이력에서 이번만큼 절박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선거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고생한다'는 말이었다"며 "이미 결과가 예상된 선거에 출마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소수 강경 개혁의 딸들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버티는 제 모습을 보고 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한다"고 돌이켰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조기 종식과 개헌,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이재명 대표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서로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나와 생각이 달라도 상대를 존중하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더불어 더 큰 하나가 되는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에는 더불어도 없고, 민주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표로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많은 분들의 뜻을 확인했다"며 "사라진 민주당의 다양성과 민주성, 역동성의 필요성을 당원과 국민의 가슴속에 심어준 전당대회였다"고 자평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원조 친노(친노무현)로 분류되는 김 후보가 '친노·친문(친문재인)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비명계 세 결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복권이 확정된 김 전 지사는 연말께 귀국할 계획으로 향후 정치 상황에 따라 비명계의 구심점으로 떠오르면서 야권의 권력 구도가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재선 의원은 "김 후보는 경남지사를 거쳐 국회의원 재선을 지낸 저력있는 인사"라며 "역시 경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김 전 지사와 함께 정치적 행보를 하면 시너지가 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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