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 실천은 가까이서"…대구지역 잊혀가는 현충시설 3곳 소개

기사등록 2024/08/15 09:13:40 최종수정 2024/08/15 11:02:51

대구보훈청 선정 현충시설

한국유림 독립운동 파리장서비

태극단 학생 독립운동기념탑

조선국권회복단 중앙총부 결성지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13일 대구 북구 동화훼밀리타운 아파트에서 열린 ‘광복 79주년 나라사랑 전 세대 태극기 달기 운동’에서 한국자유총연맹 대구북구지회 회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24.08.13. lmy@newsis.com
[대구=뉴시스]정재익 기자 = "지역에도 의미 있는 현충시설이 많습니다. 보훈은 생각보다 가까이서 실천할 수 있어요."

광복절인 8월15일은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국권을 회복한 뜻깊은 날이다.

대한민국 시민들은 이날 독립을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을 기리기 위해 현충시설을 방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구에는 발길이 뜸하고 모르고 지나치는 현충시설들이 있어 이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

대구지방보훈청이 지역에서 잊혀가는 현충시설 3곳을 소개했다.
[대구=뉴시스] 한국유림 독립운동 파리장서비. (사진=대구지방보훈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일제의 침략을 폭로하다…'한국유림 독립운동 파리장서비'

달서구 상인동 월곡역사공원 내 위치한 한국유림 독립운동 파리장서비는 일상에서 접하기 쉬운 곳에 있으나 기념비의 의미를 모르는 시민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비는 '파리장서'에 서명한 한국 유림을 기리기 위해 1997년 10월 건립됐다. 신도비 형태로, 높이는 6.6m다.

파리장서는 한국 유림이 3.1운동 직후 일제의 침략상을 폭로하고 한국 독립을 열망하는 내용으로 작성한 독립청원서다.

2674자의 장문으로 된 이 문서에는 곽종석, 김복한 등 유림 대표 137명이 서명했다. 이후 김규식은 상해 임시정부에서 영어와 중국어로 번역된 이 장서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만국평화회의에 제출했다.

파리장서운동은 일제의 방해와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파리강화회의에 정식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그러나 3.1운동과 함께 한민족의 독립 의지를 전 세계에 천명한 사건으로 남았다.

또 이를 계기로 유림계는 한 말 구국운동의 전통을 계승해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대구=뉴시스] 태극단 학생 독립운동기념탑. (사진=대구지방보훈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등학생이 밝힌 독립투쟁의 횃불…'태극단 학생 독립운동기념탑'

태극단 학생 독립운동기념탑은 달서구 상인동 상원고등학교 야구부 운동장 뒤편에 위치한다. 매년 상원고 동창회에서 추모 행사를 거행하고 있으나 평소 통행 인구가 적어 존재가 잊혀가고 있다.

이 탑은 대구상업고등학교(현 상원고) 학생 26명이 항일운동을 위해 만든 태극단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됐다. 3개의 기념비로 구성됐으며 단원의 직책과 이름 등이 새겨진 것이 특징이다.

대구상고 4학년 이상호는 1942년 5월 서상교, 김상길 등과 함께 항일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태극단을 결성했다.

하지만 이듬해 이들은 투쟁방안을 실현하려다 일본 경찰에 발각돼 26명 전원 체포됐다.

10명이 혹독한 고문을 치른 가운데 1명이 숨지고 6명이 미성년자 최고형인 단기 5년 이상 장기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3명은 불기소로 풀려났다.

이러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기념탑에는 "반만년 깊은 뿌리 비바람에 꺾일쏘냐. 일찍이 서라벌에 꽃피어 화랑이었고, 여기 새로운 횃불되어 타오르니 그 이름 태극단이다"고 적힌 비문이 새겨졌다.
[대구=뉴시스] 조선국권회복단 중앙총부 결성지 - 안일사. (사진=네이버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항일운동의 중심이 된 사찰…'조선국권회복단 중앙총부 결성지'

조선국권회복단 중앙총부 결성지는 남구 대명동에 있는 '안일사'라는 사찰이다. 앞산 등산로 일대에 위치해 시민들은 독립운동 관련 현충시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1910년 대구를 비롯한 영남지역 계몽계열 인사들은 안일사에서 국권 회복을 목적으로 '조선국권회복단 중앙총부'를 결성했다.

5년 후에는 윤상태, 서상일 등 달성친목회 회원 13명이 이곳에서 목숨 바쳐 국권회복운동을 할 것을 서약하고 조직을 확대·개편했다.

안일사는 주로 국외 독립운동을 지원하기 위한 세력을 모집하는 곳으로 활용됐다. 또 3.1운동 시기에는 상해임시정부를 돕기 위한 독립운동자금 조달운동이 벌어지는 등 항일운동의 본거지가 됐다. 

정부는 이러한 공훈을 기리기 위해 2013년 11월 이 사찰을 현충시설로 지정했다.

한편 안일사는 고려시대 태조 왕건이 머물렀다고 알려져 오랫동안 '안일암'으로 불렸다.

대구지방보훈청 관계자는 "대구는 국채보상운동기념관처럼 잘 알려진 현충시설도 있지만 위치, 인식 등 문제로 모르고 지나치는 현충시설이 많다"며 "이번 광복절이 시민들에게 현충시설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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