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사이 소문 돌며 SNS 게시 사진 밤샘 삭제 소동도
광주경찰, 피해 신고 없어…엄정대응 기조에도 예방 우선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여성의 얼굴 사진에 음란물을 합성하는 가짜 영상물인 이른바 '딥페이크' 성범죄가 잇따르면서 광주 지역 중·고등학생 사이에서도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
광주 광산구 일대 중·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선 지난 25일 오후부터 26일 오전 사이 '광주에 딥페이크 영상 제작자가 있고 실제 지역에서도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신상 정보를 도용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내 게시 사진에서 얼굴 부분만 추출한 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음란물에 합성하는 가짜 영상물로 제작·유포하는 범죄를 가리킨다.
최근 대학가 등을 중심으로 특정 학교 또는 지역에서 딥페이크 피해자의 정보 또는 가짜 영상물을 공유하는 채팅방 운영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심각성이 공론화되고 있다.
광주에서도 진위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소문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공포와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상당수 학생들은 관련 의혹을 제시한 글을 검색하고, 자신의 SNS 계정을 비공개로 바꾸거나 비밀번호를 바꾸느라 밤까지 지새운 것으로 전해졌다.
언제 어떻게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일부는 SNS 계정이나 모바일 메신저에 올려놓은 자신의 사진을 내리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내 SNS 계정에 다른 지역 접속 이력이 있었다' '비밀번호가 제대로 입력되지 않는다' 등의 경험담을 또래 사이에 공유하며 해킹 피해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내 딥페이크 관련 피해 상황은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학생들 동요가 커지면서 학부모 민원이 제기된 일부 학교에서는 실태 파악에 나섰다.
학부모 A씨는 "자녀가 새벽 3시까지 휴대전화만 보고 있길래 물어봤더니, 아이들 사이에 딥페이크 범죄 피해가 우려된다는 소문이 돈다고 했다.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딥페이크 가해자와 피해자가 우리 지역에 있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한참 예민한 중·고등학생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학교와 경찰 등이 피해 실태를 적극 파악하고 만약 피해가 현실화 됐다면 엄정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광주경찰에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신고 접수나 관련해 수사 중인 사안은 없는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지역에서 피해 신고가 접수되지는 않았다. SNS에 게시한 본인 사진 1장 만으로도 딥페이크 성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피해자에게는 이렇다 할 책임이 없는데도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 피해 발생 시 피의자 추적부터 수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딥페이크 영상물에 대한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앞서 발생한 딥페이크 성범죄의 추이나 수사 경과를 살펴보면 수사나 처벌이 여의치 않다.
보안이 강화된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딥페이크 영상물이 나돌고 있는 만큼, 가해자 특정부터 쉽지 않고 입법 부재로 함께 공유해서 본 이들에 대한 처벌 규정도 마땅치 않다.
전문가들은 "민감한 개인 정보는 SNS 공개 계정에 가급적 게시하지 않고, SNS 계정 접속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수상한 전자우편이나 스팸 메일은 열어보지 말고, 딥페이크 영상물 공유 메신저 대화방을 발견하는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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