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보복 공격, 전쟁 확산 막으려 수위 조절 중"-WP

기사등록 2024/08/13 08:23:18 최종수정 2024/08/13 08:44:53

이란, 후원 세력에 "제한된 보복만 할 것" 강조

확대 땐 미·이스라엘 이란 핵능력 제거 시도 우려

이스라엘 해외 공관 공격 등 연성 보복 가능성

[테헤란=AP/뉴시스]이스라엘에 암살된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지도자(왼쪽)와 마수드 페케시키안 이란 신임 대통령이 손을 맞잡은 모습의 장면이 지난 5일 이란 수도 테헤란 중심가에 크게 걸려 있다. 이란은 보복 수위 조절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24.8.13.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지도자 암살에 대한 보복을 공언해온 이란이 사건 발생 2주가 지나도록 공격을 실행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며 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지만 정작 이란은 보복 수위를 조절하느라 고민하는 모습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각) 이란이 공식적으로는 “강력”한 보복과 이스라엘 “응징”을 강조하지만 이란 대리 세력과 비공개 만남에서는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복 공격으로 중동지역에 전쟁이 확산하는 것을 이란이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WP는 그러나 이란의 이 같은 균형 잡기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란은 지난 4월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300기 이상의 드론과 미사일을 이스라엘에 발사했다. 이는 이스라엘과 그림자 전쟁을 벌여온 이란의 금기가 사라진 것을 의미한다. 당시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이 대부분 요격되면서 충돌이 확산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이란의 보복 공격에 이스라엘이 자제할 것인지 불확실하다. 이스라엘은 현재 이란의 공격에 대비해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중이다.

레바논 헤즈볼라와 관계가 깊은 소식통은 “이란과 지지 세력들이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 내 이란 지지 세력과 관계가 깊은 이란의 한 의원도 “이란이 전쟁 확대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제한된 보복을 할 것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레바논 소식통은 또 이란이 전쟁이 확산하면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의 핵능력을 제거하는” 구실로 삼을 것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선거 캠프 보좌관 알리아스가르 샤피안은 이란의 보복이 지난 4월처럼 몇 시간 지속되는 방식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 수장 이스마엘 하니야 암살이 “정보 공작”인 만큼 “이란의 대응도 비슷한 성격과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확전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이란의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한편 하니야의 암살에 대해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소행인지를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으나 미 정부에는 자신들의 소행임을 알렸다.

이와 관련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을 확대해 미국을 끌어들이려는 생각이라는 평가가 일부에서 나온다.

레바논의 전 정보 책임자 압바스 이브라힘은 하니야 암살은 “네나탸후가 미국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란 대통령 선거 보좌관 샤피안은 이란이 “심사숙고하고 자제하는데” 시간이 걸렸다면서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그러나 하니야 암살이 페제시키안 대통령에게 “심각한 과제”지만 이란 정부가 “상황을 관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의 대응이 이스라엘의 해외 공관에 대한 공격 등 연성 보복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와 관련 미 중앙정보국{CIA) 고위 공작 요원 출신인 마크 폴리머로풀로스는 “이란은 이스라엘 안에서 안보 당국자를 해칠 능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와 시리아내 이란 지지 세력들은 이란의 보복 공격 시간에 맞춰 자국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란의 공격 시점이 아직 이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지난 주 이란 강경파 종교 지도자인 아마드 하타미가 “이스라엘 시온 정권 기구들을 전전긍긍하게 만든다”며 이란의 지연된 대응이 전략적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권 교체기의 상황으로 이란이 전전긍긍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20년 만에 등장한 개혁파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경제 제제 완화를 위해 서방과 관계를 개선할 것을 공약했다. 전쟁이 확산하면 이란의 고립과 경제난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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