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립 의대 유급방지책 전수조사…6개 학교 실질적 '학년제'

기사등록 2024/08/13 06:30:00 최종수정 2024/08/13 07:48:52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과 국립대 의대 전수조사

10곳 모두 성적처리 연기…가장 늦는 곳은 내년 2월

'미완의 I학점' 10곳 중 5곳 도입·검토…'F' 대신 준다

예과 1학년 처리 끝낸 대학 4곳…재수강 기회 줄 듯

의대생 출석 2.7%…"편법적, 복귀 없으면 무용지물"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지난 6월26일 대구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있다.경북대 의대는 지난 4월 수업을 재개하기로 했으나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아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4.08.13.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국립대 의과대학 10곳 중 6곳이 실질적인 '학년제'를 택해 돌아오지 않는 의대생들의 유급 시기를 미룬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대학도 성적 처리 시기를 조정해 유급을 늦출 전망이다.

13일 뉴시스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전국 국립대 의대 10곳의 유급 방지책을 전수 조사한 결과, 부산대·전남대·강원대·충북대·경상국립대·제주대 6곳은 1학기 전공 성적 처리 기간을 내년 1~2월로 미뤘다.

부산대는 내년 1월말, 강원대·충북대는 내년 2월말, 경상국립대·제주대는 학년 말(내년 1~2월)에 처리하겠다고 했다.

전남대는 본과 1~4학년을 기존에도 학년제(학년 말에 성적 처리)로 운영해 왔지만, 예과 2학년의 성적 처리는 겨울 계절학기인 내년 1월27일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교육부가 앞서 지난달 '의과대학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대학들의 대응 현황이 파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학기 성적 처리 기간을 늦춘 대학 6곳은 기존 학기제 방식의 의대 교육과정을 학년 말로 늦춤으로써 실질적인 '학년제'를 택한 셈이다.

이들 대학은 학칙 등을 고쳐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학기 말에 결정되는 의학과 유급 시기를 총장이 인정하는 경우 별도로 정할 수 있다'(부산대), '한시적으로 별도 기준을 적용한다는 학칙상의 특례 신설'(경상국립대·전남대·제주대) 등의 방식이다.

대다수 대학은 통상 학칙에서 의대의 경우 한 과목이라도 낙제(F)를 받으면 유급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왔다. 성적 처리 기한을 늦추는 것은 곧 집단 유급이 발생하게 되는 시점을 행정적으로 미룬다는 뜻이다.

다른 4곳도 학칙이나 내규를 개정하거나 특례를 마련하는 방법으로 성적 처리 기한을 늦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1학기 의대 재학생의 성적 정정 기한을 학기 종료일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학업성적 처리 규정'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통상의 1학기는 지난달 종료된 만큼 학칙 개정에 따라 유급을 판단하는 시기도 늦어질 전망이다.

경북대는 1학기 종료 시기를 오는 11월로 미뤘다. 1학기 유급을 판단하는 시점도 늦춰진 것이다. 경북대는 이미 '의과대학 학사운영 정상화를 위한 특례 지침'를 제정해 학기·성적부여 등을 별도로 운영하기로 했다.

충남대는 예과 2학년 및 본과 1~4학년의 성적 처리 기간을 다음 달 27일까지 늦췄다. 강 의원실에 따르면 충남대는 기한을 더 미루는 것을 논의 중이다. 예과 1학년의 전공과목(4개)도 기한 연장을 검토 중이다.

전북대는 학칙 개정을 진행 중이다. 1학기 종강일을 의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정할 수 있다는 특례를 마련할 계획이다.

F 대신 'I(미완) 학점'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대학은 부산대·강원대·경북대·충남대·충북대 5곳이다. I 학점은 일정 기간 학습 결손을 보충한 뒤 재시험 등을 통해 해당 과목을 이수한 것으로 처리하는 학사 제도다.

교양 수업 위주인 예과 1학년 성적 처리를 이미 끝낸 대학도 있다. 강원대·경상국립대·전남대·제주대 등이 교양·일반선택 등에 대한 처리를 마쳤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들 대학도 예과 1학년에게 재수강 기회를 확대하는 등의 방식으로 유급을 막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강원대는 예과 1학년이 복귀 후 교양과목을 다시 이수할 수 있도록 수강 가능 학점을 25학점까지 늘리는 내용으로 의대 내규를 개정할 예정이다.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에 있던 '다학기제'를 택한 국립대는 현재로서는 없었다. 다만 충남대·전북대는 필요할 경우 3학기 등을 확대 운영하겠다고 여지를 뒀다.

의대생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해 지난 2월부터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의대생들은 휴학을 신청했으나, 교육부와 대학들은 '동맹휴학'은 휴학 신청의 정당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에 지난달 6월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가 모든 의대가 적용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해 달라고 교육부에 건의했고, 교육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의대생들은 돌아오면 이런 혜택을 추가 등록금 부담 없이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의대생들의 복귀 가능성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전국 40개 의대의 출석률은 2.7%(재학생 1만8217명 중 495명)에 불과했다. 대학들이 성적 처리를 내년 1~2월로 미뤄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특례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강 의원은 "사회적 합의 없는 정부의 무리한 의대 정원에 따라 각 대학에서는 편법적인 학사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기존의 학칙과 규정에서 벗어나 한시적으로 특례 지침을 만들어 유급을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이마저도 학생들이 2학기에 복귀하지 않으면 실질적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강 의원은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내년도 교육 여건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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