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서 해리스 전 남친 질문에 답변
"비상 착륙" "남친 해리스에 대해 말 했다"
거짓 주장 이어가며 정치적 이득 노려
함께 탔던 뉴섬 주지사 "새빨간 거짓말"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전 남자 친구인 캘리포니아 정치인 윌리 브라운과 함께 헬리콥터를 탔다가 추락해 거의 죽을 뻔했다는 충격적인 허위 발언을 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 발언에서 세 가지가 허위라고 지적했다.
우선 트럼프와 헬리콥터에 함께 탑승한 사람은 윌리 브라운 전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아닌 제리 브라운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사람이다.
또 헬리콥터가 비상착륙한 적이 없으며 탑승자들이 위험에 처한 적도 전혀 없었다고 함께 헬리콥터에 탔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밝혔다.
2019년 1월 퇴임한 제리 브라운 전 주지사도 대변인을 통해 “비상착륙한 적도 없고 카멀라 해리스에 대해 대화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뉴섬 주지사는 크게 웃으며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리스와 윌리 브라운 사이의 관계가 해리스의 경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답하면서 나왔다.
해리스는 알라미다 카운티 검사 시절인 1994년부터 이듬해까지 브라운과 사귀었으며 당시 캘리포니아 주 하원의장이던 브라운이 해리스를 주 의회 자문위원회 2곳의 위원으로 선임했었다. 브라운은 부인 블랜치 브라운과 결혼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별거한 지 오래다.
트럼프는 “윌리 브라운을 잘 안다”면서 “그와 함께 탄 헬리콥터가 추락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사건으로 자신이 목숨을 잃을 뻔했었다고 과장해 정치적 이득을 노렸다.
트럼프는 “우리 모두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헬리콥터를 타고 어딘가를 향해 가던 중이었는데 비상착륙했다. 거친 착륙이었다. 윌리와 나는…윌리는 겁을 먹은 상태였다”고 했다.
이어 “그를 아주 잘 안다. 그렇지만 몇 년 동안 만난 적은 없다. 그가 해리스에 대해 엄청난 일을 말해줬다. 이게 당신이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는 카멀라의 경력에 큰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그가 입장을 바꿨는지는 모르겠다. 그는 당시 해리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뒤 전화 브라운(90)은 트럼프 발언 모두가 거짓이라고 부인했다. 그는 트럼프와 헬리콥터를 탄 적이 없으며 헬리콥터를 타고 죽을 뻔한 일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여전히 해리스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라고 강조했다.
2021년까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지에 매주 칼럼을 썼던 브라운은 웃음을 터트리면서 “잘 알다시피 내가 누군가와 함께 헬리콥터를 탔다가 추락할 뻔한 일이 있었다면 그걸 공개하지 않을 사람이냐”고 반문했다.
해리스와 브라운의 만남은 3년 가까이 이어졌다. 브라운은 자신은 여전히 해리스를 열렬히 지지한다면서 “껄끄러운 감정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2018년 패러다이스 마을 산불 피해 현장을 점검하던 제리 브라운 당시 주지사, 뉴섬 당시 주지사 당선자가 탄 헬리콥터를 함께 탔었다.
뉴섬 주지사(56)는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제리 브라운, 트럼프와 함께 헬리콥터를 탔지만 비상착륙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가 추락할 뻔했다는 주장을 자주 꺼낸다고 했다.
그는 헬리콥터에서 해리스에 대한 언급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얘기를 했으나 카멀라에 대해선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폭소했다.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기자회견이 해리스의 상승세에 자극받아 “절망 상태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와 브라운, 뉴섬의 헬리콥터 탑승은 당시 언론에도 보도됐으나 추락 위기에 관한 보도 내용은 전혀 없다. 트럼프는 당시 산불 피해 현장 기자회견에서 너무 많은 나무들이 사라졌다면서 산불을 막기 위해 낙엽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뉴섬 주지사는 “우리는 그때부터 낙엽 제거를 대대적으로 실시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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