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화재에 전기차 우려↑…오해와 진실은
'주차·충전 중' 화재 미스터리?…절반서 발생
1만대 당 화재 내연차 1.9대, 전기차는 1.3대
진화 쉽지 않지만냉각주수·소화덮개 등 활용
지하 주차장 금지 주장도…충전율 완화 방안
특히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일부 아파트에서는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진입을 아예 금지하자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입주민 간 갈등 양상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이번 전기차 화재를 둘러싼 주요 궁금증 및 대표적인 오해와 진실을 정리해봤다.
◆Q. 주차 중 전기차 화재는 이례적이다?
일단 최근의 잇따른 전기차 화재가 모두 주차돼 있던 상태에서 발생하면서 일각에선 '미스터리'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인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도 주차된 차량에서 발생했다. 차주는 "지난달 29일 주차를 하고 차량을 운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화재 당시 CCTV 영상을 보면 지하 주차장에 있던 전기차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는 모습이 담겨 있다. 3일간 차량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별다른 외부 요인 없이 갑자기 화재가 발생한 셈이다.
지난 6일에는 충남 금산군의 한 건물 주차타워 1층에서 주차 중이던 전기차에 불이 나기도 했다. 차주는 "전날 오후 차량을 주차하고 충전기를 꽂았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차 중 전기차 화재가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총 139건으로, 이 중 48%(67건)는 주차 중(36건)이거나 충전 중(26건), 정차 중(5건)에 발생했다.
운행 중(68건) 발생한 화재가 단일 유형으로 가장 많기는 하지만, 차량을 운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화재도 이에 못지 않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Q. 주차 및 충전 중 전기차 화재는 왜 발생하나?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주차 및 충전 중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결함이나 과충전 등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차는 보통 차량 하부에 배터리 팩이 위치해 있다. 이 배터리 팩에는 수백~수천 개의 리튬 배터리 셀이 들어있는데, 주로 배터리셀 내부 양극판과 음극판 사이의 분리막 손상, 과열, 외부 충격 등으로 화재가 발생한다.
배터리 자체가 불량이거나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있다보니 방지턱을 넘을 때 차체 하단이 손상되는 경우 등이다.
특히 리튬 배터리 화재는 하나의 셀에서 불이 나면 도미노처럼 계속 다른 셀로 불이 옮겨 붙는 이른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해 일반 차량보다 진화가 어렵고 재발화 및 폭발 위험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순간 최고 온도도 1900도까지 올라간다.
과충전이 문제가 됐을 수도 있다. 간혹 충전이 어느 정도 됐음에도 전기차에 충전기를 계속 꽂아둬 100%까지 충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배터리 내부 온도 상승으로 이어져 전기차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Q. 전기차는 내연차보다 더 자주 불이 난다?
전기차 화재 발생이 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전기차 통계가 공식적으로 잡히기 시작한 2017년 1건에서 3건→7건→11건→24건→44건→지난해 72건으로 매년 2배 안팎으로 증가하고 있다.
물론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그만큼 전기차 판매가 증가한 영향도 크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2020년 13만4962대에서 지난해 54만3900대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60만6610대)에는 60만대를 넘어섰다.
그러나 전기차 화재 발생률이 내연차보다 더 높은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내연차 화재는 4724건, 전기차 화재는 72건으로 차량 1만대 당 내연차 화재는 1.9대, 전기차 화재는 1.3대 수준이다.
다만 전기차의 경우 상대적으로 최근에 출시된 차량이 많은 데다 리튬 배터리 특성상 한 번 화재가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목도가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Q. 전기차 화재는 진화하기가 어렵다는데?
전기차 배터리는 외부 충격 방지 등을 위해 단단한 하드 케이스로 패킹돼 있기 때문에 화재 발생 시 발화 지점에 직접적으로 물을 뿌려 진화하기는 어렵다.
또 초기 화재에 많이 사용되는 일반 분말 소화기로는 진화가 되지 않는 데다 현재 진화할 수 있는 소화 약제도 전 세계적으로 없어 전소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열폭주를 막기 위해 주변 온도를 최대한 낮춰주는 냉각소화 등이 최선인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보고서에 따르면 내연차 화재 시 진화에는 1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전기차 화재는 8시간 가량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진화에 필요한 물의 양도 내연차는 1톤이었지만, 전기차는 110톤에 달했다.
그렇다고 해서 전기차 화재를 아예 진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을 뿌려 주변 온도를 낮추는 주수 소화, 전기차 하부에 위치한 배터리 팩을 신속하게 냉각하는 상방향 방사 장치, 연기 발생 억제 및 외부 화염을 차단하는 질식소화덮개, 전기차를 이동식 소화 수조에 담그는 방법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스프링클러만 제대로 작동해도 화재 확산을 일정 부분 막을 수도 있다. 이번 인천 화재의 경우 진화까지 8시간이 소요된 반면 금산 화재는 45분 만에 진화됐는데,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가 관건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Q.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진입을 금지해야 한다는데?
지하 주차장은 밀폐되고 화재에 취약한 공간이기 때문에 불이 났을 때에는 매우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전기차와 충전 시설을 지상 주차장으로 옮기고, 지하 주차장 진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현재 전기차는 60만대 이상으로, 이를 모두 지상으로 옮기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모습이다. 요즘과 같이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 지상에서 주차나 충전을 할 경우 화재에 더욱 노출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배터리 충전을 100%가 아닌 85%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조언한다. 또 전국에 설치된 30만대의 완속 충전기에 과충전 방지 기능 설치를 의무화할 필요도 있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지난 9일 전기차 배터리 충전율이 90%를 넘어서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 지하 주차장 출입을 막는 등 과충전을 방지하는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강제성은 없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오는 12일 환경부 차관 주재로 국토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긴급 회의를 열고, 전기차 화재와 관련한 종합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대책에는 과충전 방지 장치 의무화, 배터리 제조사 공개 등 다각적인 방안이 총망라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르면 내달 초 관련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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