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BMW에 판매대수 1위 내주고
'브랜드 심장' E클래스 인기도 하락곡선
중국산 배터리 장착한 EQE 화재 잡음도
국토부 EQE 일부 차량 '특별점검' 권고
[서울=뉴시스]안경무 기자 = 인천 청라동 벤츠 전기차 화재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벤츠)가 한국 법인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이 들린다.
오랜 기간 지켜온 수입차 1위 자리를 라이벌 BMW코리아에 내준 데다, 인천 청라동에서 벤츠 전기차 EQE가 대규모 화재를 일으키며 소비자 신뢰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고가 차량에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했다는 점이 소비자들 사이에 큰 논란이 되며, 벤츠가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갈 지 주목된다.
◆벤츠 'E클래스' 인기, 예전 같지 않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벤츠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단적으로 올해 벤츠는 국내에서 3만4380대를 팔았다. 이는 1위 업체인 BMW(4만1510대)보다 7130대 적은 수치다.
올해 벤츠 판매 실적은 수입차 업계 2위에 해당하지만, 그동안 한국에서 벤츠가 쌓아온 위상을 고려하면 기대 이하 실적이라는 의견이다.
실제 벤츠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였다.
그러다 지난해 BMW에 1위 자리를 내줬고, 올해에도 판매량이 주춤하고 있어 BMW가 2년 연속 판매 1위 업체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같은 벤츠 부진 원인은 고금리로 시장이 침체된 데다, 주력인 E클래스 위상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새롭게 출시된 E클래스는 총 1만412대가 팔렸다. 이는 경쟁 모델인 BMW 5시리즈(1만1801대)는 물론, 테슬라 모델Y(1만1664대)보다도 낮은 수치다. 그동안 한국에서 쌓았던 E클래스 명성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산차 중에서 E클래스를 위협하는 모델이 나온 것도 벤츠 E클래스 판매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제네시스 G80은 올해 월 평균 4000대가량 팔리며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E클래스 대체재 역할을 키우고 있다.
일부에선 벤츠가 2022년 8만976대를 정점으로 판매량이 하향세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벤츠의 지난해 판매량은 7만6697대로 올해 판매량은 7만대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토부, 벤츠에 '특별 점검'까지 권고
이런 가운데 벤츠 전기차 EQE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벤츠를 더욱 코너로 몰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 럭셔리 브랜드로 평가받는 벤츠에서 중국산 배터리 업체인 '파라시스' 배터리를 썼다는 것에 소비자들은 공분을 표한다.
한 벤츠 차주는 "중국산 배터리를 썼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더구나 CATL처럼 큰 업체도 아니고 파라시스라는 생소한 업체가 만든 배터리를 썼다는 게 황당하다"고 말했다.
전기차 보급률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화재 안전에 대한 불안이 커지자 정부 당국의 칼끝도 벤츠를 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화재가 발생한 파라시스 배터리셀을 탑재한 벤츠 EQE는 국내에서 3000대가량 운행하고 있다. 국토부는 최근 해당 차량들에 대한 '특별 점검'을 벤츠에 권고했다.
벤츠 관계자는 "국토부 특별 점검은 지시가 아닌 권고 사항"이라며 "일제 점검이 가능한 지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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