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고전압 배터리 리콜 많아
배터리 셀뿐 아니라 모듈 결함도
폭스바겐·벤츠·포르쉐 전기차 불안
"투명한 정보공개, 적극 소통 필요
최근 전기차 리콜(자발적 수리) 사례를 분석해 보면, 배터리 셀 자체 결함뿐 아니라 배터리 조립 과정에서 빚어진 문제들도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포비아(공포)'를 없애려면 제조사가 배터리 관련 정보를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비자들과 적극 소통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8일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리콜센터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배터리 관련 리콜은 주로 독일계 완성차 업체들 중심으로 이뤄졌다.
배터리 셀 자체 결함보다는 배터리 모듈이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의 소프트웨어 문제가 더 많았다. 배터리 셀은 완성차 업체가 결함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고, 곧바로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는 지난달 인천 화재 사고 차량인 EQE를 포함해 주요 전기차 모델을 대거 리콜했다. 리콜 사유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 소프트웨어 오류에 따른 과부하로 전원 공급이 차단될 가능성이 발견된 데 따른 것이다. 벤츠는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폭스바겐 중형 전기 스포츠실용차(SUV)인 ID.4도 지난해 고전압 배터리 셀 결함으로 1500대가 리콜됐다.
배터리 자기 방전이 증가해 주행 가능 거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아우디의 중형 전기 스포츠실용차(SUV) Q4 e-트론도 지난 2022년에 생산된 모델에서 고전압 배터리 충전 시 배터리 셀 사이에 편차가 발생할 문제가 발견됐다.
특히 차량 가격이 2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전기차인 포르쉐 타이칸은 배터리 문제로 인한 리콜이 가장 많은 모델로 드러났다. 포르쉐는 지난해 11월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생산한 타이칸 970대를 대상으로 리콜을 진행하고 있다.
타이칸은 중국산 배터리가 아닌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셀을 탑재했지만, 배터리 셀 문제가 아니라 배터리 셀을 모듈로 만드는 과정에서 결함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고전압 배터리 셀의 밀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습기가 유입되고, 이 때문에 배터리 내부 절연 저항 감소로 아크(불꽃 방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BMW 미니 쿠페 SE도 타이칸과 비슷한 문제를 드러냈다.
BMW는 2021년 12월부터 2022년 9월 생산한 미니 쿠페 SE 25대의 배터리 하우징 결함으로 지난 6월부터 리콜을 진행 중이다. 배터리 셀이 제대로 밀봉되지 않아 물이 유입돼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결함이 나온 것이다.
전기차는 아니지만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 스텔란티스 지프 랭글러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배터리를 탑재하는 일부 모델에서도 배터리 관리 시스템 소프트웨어 오류에 따른 리콜이 진행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넘어 '포비아' 단계로 가고 있다"며 "배터리 화재 위험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만큼, 정부와 제조사가 관련 정보를 최대한 모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리콜과 보상을 진행해 소비자의 걱정을 덜어줘야 전기차에 대한 인식이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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