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상원의원 2016년 부친과 아내 공격에 "징징대는 겁쟁이" 비난
최근엔 켐프 조지아 주지사 부인 공격에 "가족은 건드리지 말라" 경고
헤일리 전 유엔대사도 남편 공격 당해…모두 트럼프 지지 입장 유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공화당 주요 인사들의 배우자를 계속 공격하고 있으나 공화당 인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2016년 공화당 예비 대선후보 경선 당시 가장 추악한 장면이 트럼프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공격한 일이다. 당시 트럼프는 크루즈 의원의 아버지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에 연루됐다는 주장을 폈고 크루즈 의원의 부인이 등장하자 그에 대한 비밀을 폭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당시 크루즈 의원은 트럼프를 “징징대는 겁쟁이”라고 불렀고 “하이디(부인 이름)를 제발 건드리지 말라”고 말했다.
크루즈 의원은 당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집사람과 아버지를 공격하는 사람을 지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크루즈 의원은 곧 “징징대는 겁쟁이”를 지지하고 나섰고 이후 8년 동안 계속 지지해왔다.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크루즈 아버지의 케네디 암살 개입설 보도에 트럼프 참모가 개입된 것이 최근 밝혀졌으나 크루즈 의원은 문제 삼기를 거부했다.
공화당 공직자들은 트럼프의 인신공격을 견디면서 팀플레이어로서 자부심을 강조했다. 그러나 가족들에 대한 공격에는 발끈한 사례들도 일부 있다.
올해 대선에서도 트럼프가 자신을 비판한 공화당 공직자의 부인과 가족을 공격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공화당 공직자들은 트럼프 편에 서서 공화당의 지도자로 남아 있다.
가장 최근 사례가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다. 트럼프는 그의 부인 마티 켐프가 트럼프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들어 트루스 소셜에 “그가 나를 지지하지 않고 ‘브라이언 켐프’의 이름을 쓰겠다고 했다. 나도 그의 지지를 바라지 않으며 남편의 지지도 바라지 않는다”고 썼다.
트럼프는 애틀랜타의 유세에서 한마디 덧붙였다, “그가 나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난 그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켐프 주지사가 X에 올린 글에서 크루즈 의원의 2016년 비난을 상기시키고 트럼프에게 “가족들을 건드리지 말라”고 썼다.
그러나 켐프는 여전히 트럼프를 도울 것이라고 말한다.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카멀라 해리스와 민주당으로부터 이 나라를 구하는데 집중하겠다”고 한 것이다.
지난달 밀워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트럼프와 경쟁한 예선 후보 2명의 배우자를 트럼프가 공격했지만 두 사람은 트럼프 지지연설을 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 경선 때 경쟁자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의 남편 마이클 헤일 리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방위군 신분으로 아프리카에 파병돼 있는 것을 두고도 조롱했었다.
트럼프는 “남편은 어디 있나. 아 멀리 있지. 남편에게 무슨 일이 있나. 어디 있는 거지? 사라졌네”라고 했다. 트럼프는 마이클 헤일 리가 복귀해 “죽어가는 헤일리의 유세를 살려야 한다”고도 했다.
당시 헤일리는 “군인 가족들의 희생을 존중하지 않는 누군가는 최고사령관이 될 수 없다”고 대응했다. 그러나 지난달 헤일리는 전당대회에서 연설하면서 트럼프의 대외정책을 홍보했다.
트럼프는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부인 케이시 드샌티스도 공격했다. 케이시가 아이오와 주에서 남편을 도와 유세한 말을 끄집어내 “조직적 투표 부정”을 시도한다고 비난했다.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도 트럼프가 부인을 인종차별적 말로 공격했으나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 그의 부인은 대만 출신 으로 트럼프 대통령 시절 교통부장관을 역임한 일레인 차오다. 트럼프는 매코넬 부부가 중국과 연관돼 있음을 계속 암시하기도 했다.
매코넬 의원은 지난 3월 트럼프를 지지하면서 트럼프의 부인 공격에 대한 질문을 받자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확정되면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조지 P. 부시 전 텍사스 주 공공용지 위원장도 트럼프가 그의 아버지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공격하고 삼촌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공격했지만 트럼프를 지지했다. 트럼프는 젭 부시의 부인이 멕시코 이민자여서 그의 이민 정책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는 가족들을 공격하는데 이골이 나 있다. 판사, 검사는 물론 자신과 맞서는 누구라도 대상이 된다. 그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남편이 암살 공격을 받아 크게 부상한 일을 두고도 조롱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