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협상 진전되던 때로 시기 안좋고, 확전 우려”
네타냐후 “며칠 방해는 돼도 궁극적으로 압력 가해 협상 서두르게 할 것”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지난달 31일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암살을 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설전을 벌였다.
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두 정상은 하니예가 이란 테헤란의 숙소에서 암살된 다음날인 1일 전화 통화를 가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 지도자를 이란 영토에서 살해한 것이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인질을 석방하는 협상에 도달하려는 노력을 방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 회담에서 주요 협상자인 하니예의 죽음이 며칠 동안 협상 진전을 방해할 것이라는 것을 인정했지만 궁극적으로 하마스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해 합의가 마무리되는 것을 서두르게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네타냐후는 이어 바이든에게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인질 휴전 협상을 추진하고 있으며 곧 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3일 타임스어브이스라엘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의 이 발언이 나온 뒤 바이든은 네타냐후 총리에서 “나에게 헛소리 그만하라(Stop bullshitting me)”고 거친 말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바이든은 휴전 협상이 진전되려고 하는 때에 일어난 하니예의 암살은 시기가 좋지 않았으며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같은 암살 작전이 수행돼 미국이 피하려고 노력해 온 광범위한 지역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에 사전에 암살 계획을 알리지 않았으며 미국에 미리 알려서 타협하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NYT는 이스라엘 관리들의 말을 빌어 전했다.
바이든과 네타냐후가 하니예 암살을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지만 양국은 이번 암살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이란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협력은 긴밀히 진행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바이든은 이 지역에 더 많은 군함과 항공기 파견을 명령했고, 양국 장교들도 이란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양국은 4월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과 무인기 300대를 거의 모두 격추했을 때와 비슷한 공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잇단 요인 암살이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확전 우려도 키우고 있다며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총리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달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장의 최측근인 파우드 슈쿠르를 죽이고, 이튿날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하니예를 테헤란에서 암살했다.
NYT는 이번 사태로 미국은 허를 찔렸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에 대해 진지한 것인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영국 텔레그래프는 3일 이스라엘 고위 관리를 인용해 네타냐후가 바이든이 지난달 21일 대선 경선을 포기한 이후 이란을 공격하려는 의지가 더 강해졌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3일 “바이든과의 사적인 통화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며 “이스라엘은 누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든 함께 일할 것이며 미국도 이스라엘 정치에 개입하지 않기를 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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