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 투혼' 김원호 "나는 배터리 끝나…나은이 믿었다"
정나은 "예선부터 힘들게 올라와…결승행 믿기지 않아"
세계랭킹 8위 김원호-정나은은 2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배드민턴 혼합복식 4강전에서 세계 2위 서승재(26·삼성생명)-채유정(29·인천국제공항) 조를 2-1(21-16 20-22 23-21)로 이겼다.
1승 2패로 예선을 극적으로 통과한 김원호-정나은은 생애 첫 올림픽에서 결승까지 진격했다.
이 경기 전까지 서승재-채유정 조와의 상대 전적에서 5전 전패로 열세였으나,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승리했다.
한국 배드민턴이 혼합복식에서 결승에 오른 건 2008 베이징 대회 이용대-이효정 금메달 이후 16년 만이다.
또 이번 혼합복식 메달은 한국 배드민턴이 이 대회에서 처음 확보한 메달이기도 하다.
김원호-정나은은 또 다른 준결승에서 와타나베 유타-히가시노 아리사(일본) 조를 2-0(21-14 21-15)으로 제압한 정쓰웨이-황야충(중국) 조와 한국 시각으로 2일 오후 11시10분 금메달을 다툰다.
게임 스코어 1-1로 팽팽히 맞서던 김원호-정나은은 3게임에서 한 때 5-10으로 서승재-채유정 조에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역전에 성공했고, 듀스 접전 끝에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김원호는 "내가 집중력을 잃었을 때 나은이가 정신을 차리고 있었고, 저를 잡아줘서 다시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아예 배터리가 끝난 상태였다. 나은이한테 맡기겠다고 얘길 했다"고 말했다.
이에 정나은은 "부담이 됐지만, 내가 해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원호의 어머니는 여자 배드민턴의 레전드인 길영아 삼성생명 배드민턴단 감독이다.
김 감독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다.
김원호는 "어머니께서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내려주는 거라고, 최선을 다한 뒤 결과를 받아들이라고 해주셨다"며 "길영아의 아들이 아닌 김원호의 엄마로 살게 해드리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3게임 도중 메디컬 타임을 요청하고 의료진에게 받은 주머니에 구토를 하기도 했던 김원호는 "저녁을 못 먹고 물만 마셔서 헛구역질이 나왔다. 코트에서 뛰다 토할 것 같아 심판을 불렀고, 봉지에 토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동하곤 처음 있는 일"이라며 "올림픽에서 토하는 모습을 보여서 조금 그랬다"고 했다.
그는 "아시안게임 남자복식 결승에서 이기고 있을 때 군대 생각을 해서 진 기억이 있다"며 "그래서 이번엔 경기 중엔 생각을 안 했다"고 했다.
혼합복식 결승전 상대는 세계 1위 중국이다. 김원호-정나은은 예선에서 중국의 정쓰웨이-황야충을 만나 0-2로 패한 바 있다.
김원호는 "예선에선 졌지만, 결승전은 아마 다를 것"이라고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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