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오늘 정책위의장 등 인선 발표할 듯
계파색 옅은 대구 4선 김상훈 유력
친윤, 정점식 사퇴 과정에 불만…"매끄럽지 못해"
친윤·친한 모두 'OK' 할 수 있는 중도적 인물 발탁
한, 친윤계 다수인 의원총회 추인도 신경 써
지명직 최고위원 등에는 친한계 인사 기용할 듯
[서울=뉴시스] 이승재 한재혁 한은진 기자 =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정점식 의원이 정책위의장직을 내려놓으면서 한동훈 대표가 후속 당직 인선을 어떻게 할지 주목된다. 한 대표가 정 의원 사퇴를 관철시키긴 했지만 친한계 색채가 강한 인물로만 당직을 채운다면 자칫 당내 갈등을 다시 촉발시킬 수 있다. 이때문에 한 대표가 친윤·친한계가 다 수용할 수 있는 인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 대표는 이르면 이날 정책위의장 등 일부 당직 인선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대표에게 임명권이 있는 당직자는 정책위의장과 지명직 최고위원을 비롯해 여의도연구원장, 사무부총장(전략기획부총장·조직부총장), 대변인단 등이다.
우선 정 의원이 물러난 정책위의장으로는 계파색이 옅은 4선의 김상훈(대구 서구)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사실상 내정 단계로 알려졌다.
한 대표가 김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유력 검토하는 이유는 무리한 인선이 또다른 당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친윤계뿐 아니라 추경호 원내대표도 정 정책위의장 유임을 바라는 분위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친한계 색채가 강한 인물을 낙점하면 자칫 계파 갈등뿐 아니라 원외 당대표와 원내대표 간 사이가 틀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는 한 대표에게 큰 부담이다.
나아가 원활한 당정관계를 위해서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도 반영해야 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 대표와 비공개 회동에서 당직 인선에 대해 "당 대표가 알아서 하라"면서도 "이 사람 저 사람을 폭넓게 포용해서 한 대표의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직 인선은 대표의 권한이지만 동시에 다양한 계파를 아우르는 것도 필요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책위의장 교체는 하되 친한계 인사만을 쓰려고 하지는 말라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이 있었던 날 한 대표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추 원내대표와 만나 만찬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정 비서실장은 정책위의장 유임을 권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당내 통합, 당정 화합 차원에서 친윤계에서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인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친윤계 입장에서 합당한 인물이 아닐 경우 의원총회 추인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정책위의장 임명을 위해서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협의해 의총 추인을 받아야 한다. 그간 당내 주류가 친윤계였고 상대적으로 친한계의 수가 적다는 점에서 한 대표 입장에서는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친윤계 중진 의원은 "정책위의장 사퇴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며 "다른 의원들도 내키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친윤계 의원은 "일을 이렇게 키우면 어떻게 하나. 판을 너무 키우니 양쪽 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지 않나"라며 "일종의 자존심 문제까지 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는 당헌당규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원내대표와 협의를 하는 것이고, 과반 출석에 과반 동의를 얻어야 의총에서 추인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책위의장이 아닌 지명직 최고위원은 친한계 인사를 앉힐 가능성이 있다. 정책위의장을 중도적 인물로 선택하더라도 지명직 최고위원을 친한계로 채우면 총 9명의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는 4명을 우군으로 확보해 안정적인 당 운영이 가능해진다. 한 대표가 임명한 정책위의장이 계파색이 옅은 중도적 인물이라 해도 한 대표에게 우호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한 친한계 초선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후속 인선에 대해 "한 대표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최고위를 안정화시키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도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선은 당대표 권한"이라고 못 박으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신속히 보여달라는 지난 전당대회에서의 당심과 민심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명직 최고위원과 사무부총장(전략기획부총장·조직부총장), 대변인단 등에는 친한계 인사와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인물들을 대거 기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통화에서 "한 대표는 인선을 통해 변화의 일차적인 면을 보여주려 할 것이고, 새로운 사람을 쓰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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