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약물, 뇌 보호…인지기능 저하 낮춰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당뇨·비만치료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약물이 알츠하이머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일 알츠하이머협회 및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미국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 학술대회(AAIC)에서 GLP-1 약물이 뇌를 보호해 인지기능 저하를 늦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의 GLP-1 약물인 ‘리라글루타이드’(제품명 삭센다)는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를 보호하고, 기억·학습·언어 및 의사 결정에 필수적인 뇌 부위의 수축을 늦춤으로써 위약(가짜약)에 비해 치료 1년 후 인지 저하를 최대 18%까지 줄일 수 있다.
이번 소규모 연구는 영국대학교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과학 교수인 폴 에디슨 박사가 진행한 리라글루타이드의 효과 평가(ELAD)로, 영국 전역 24개 클리닉에서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 204명을 바탕으로 했다.
이 중 절반(102명)은 최대 1.8㎎의 리라글루타이드를, 절반(102명)은 위약(가짜약)을 1년간 매일 피하 주사로 투여 받았다.
연구를 시작하기 전 모든 환자는 뇌 구조와 부피를 평가하기 위해 자기공명영상장치(MRI), 포도당 대사 PET 스캔 및 상세한 기억력 검사를 받았으며, 이러한 검사는 연구 종료 후에도 정기적인 방문을 통해 반복됐다.
이 연구의 1차 평가지표는 뇌 피질 영역(해마, 내측 측두엽, 후대상회)의 대뇌 포도당 대사율 변화였는데, 이는 충족되지 않았다. 그러나 2차 평가변수인 뇌 용적이라는 탐색적 평가변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이점이 나타났다.
리라글루타이드를 투여한 연구 참여자들을 MRI로 측정한 결과, 전두엽과 측두엽, 두정엽, 전체 회백질 등 뇌의 여러 영역에서 용적 손실이 거의 50%까지 감소했다. 이러한 영역은 기억력, 언어, 의사 결정 등 알츠하이머병의 영향을 받는 여러 가지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또 연구진은 치료 전과 24주 및 52주 시점에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지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리라글루타이드를 투여한 환자가 위약을 투여한 환자에 비해 1년 동안 인지 기능 저하가 18% 더 느리다는 것을 발견했다.
에디슨 박사는 “뇌 용적 손실이 느리다는 것은 스타틴이 심장을 보호하는 것처럼 리라글루타이드가 뇌를 보호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리라글루타이드는 뇌의 염증을 줄이고, 인슐린 저항성과 알츠하이머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인 아밀로이드 베타 및 타우의 독성 효과를 낮추고, 뇌 신경세포의 통신 방식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 협회 최고 과학 책임자이자 의료 담당 책임자인 마리아 카릴로(Maria C. Carrillo) 박사는 “우리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 중인 전례 없는 희망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이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의 경과를 바꿀 수 있는 더 많은 옵션이 곧 나올 것이라는 희망을 제공한다”고 했다.
한편 노보 노디스크는 GLP-1 약물인 ‘세마글루타이드’로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1800여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3상을 포함해 자체적으로 알츠하이머 임상 2건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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