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대표 임면 권한에 의문…"두 달밖에 안 돼"
친한 "먼저 사의 표명후 재신임 묻는게 관례"
친한·친윤 최고위원 수 5대4냐, 4대5냐 가를 인사
유임·교체 여부 두고 양측 신경전 고조
[서울=뉴시스] 이승재 한재혁 기자 =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의 유임·교체 여부를 두고 당내 계파 간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계에서는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가 임명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정책위의장을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친한동후계에서는 새 지도부가 출범했는데 자리를 지킨 사례가 거의 없었고, 안정적인 당 운영을 위해서도 정책위의장 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대표는 가능한 다음주 안으로 정책위의장과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을 매듭짓겠다는 방침이다. 이러면 한동훈 체제 출범 이후 첫 지도부 구성이 마무리된다.
앞서 한 대표는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정하 비서실장과 서범수 사무총장을 차례로 임명했다. 다만 이들은 최고위원에는 포함되지 않는 인사다.
한 대표가 최고위원 인사에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자칫 자신의 측근으로만 지도부를 꾸리게 되면 당 통합과는 거리가 먼 인사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격화됐다는 점에서 이는 또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한 대표 취임 이후 탕평 인사가 점쳐졌던 이유이기도 하다.
핵심은 정책위의장 인선이다. 한 대표 입장에서 친윤계인 정 정책위의장을 교체해 이 자리를 친한계 인사로 채우면 최고위원 9명 가운데 자신을 포함해 5명이 우군이 된다. 안정적인 당 운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한 대표 본인을 비롯해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과 새 지명직 최고위원, 새 정책위의장이 포함된다.
다만 이 경우 추경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김재원·인요한·김민전 최고위원 등 범친윤계 최고위원들과 각을 세우게 될 수 있다. 추 원내대표가 당내 다수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요소다. 앞서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원외 당 대표 '한계론'이 지적된 바 있다.
실제로 한 대표를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지도부 내 유일한 TK(대구·경북) 출신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정책위의장 임명과 관련해 대표의 임면 권한에 대한 상임전국위원회의 유권 해석을 받아보자는 주장을 했다. 경우에 따라 임기가 1년인 정 정책위의장을 교체할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
김 최고위원은 29일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헌당규에) 구체적으로 어떤 당직에 대해서 임면권이 있는지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계파색이 옅은 3선 이양수 의원은 29일 라디오 함인경의 아침저널에서 "(정책위의장은) 교체 안 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맡은 지 두 달밖에 안 됐다. 합리적으로 일 잘하니 굳이 정 의원을 교체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했다.
당사자인 정 정책위의장도 임기 1년을 다 채운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반면 친한계는 새 지도부가 출범했으니 기존 당직자의 임기는 고려할 요인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2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책위의장 임기와 관련된 질의에 "임기라는 부분은 의미가 없다"며 "정책위의장이라는 게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협의해 (정하지만) 임명권은 대표가 갖고 있다"고 답했다.
서 사무총장은 "프레임으로 볼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이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정책 발굴이 (인선의) 가장 큰 목적 아닌가. 다른 건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친한계에서는 정 정책위의장의 자진 사퇴를 바라는 기류도 읽힌다. 최근 정 정책위의장과 추 원내대표의 SNS를 비롯해 당 유튜브 영상에는 이와 관련된 댓글이 계속해서 달리는 중이다.
한 친한계 재선 의원은 30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정책위의장 유임 논란은 갈등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이고, 그간 유임이 된 예도 없었다"며 "지도부의 안정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른 친한계 인사도 "새 대표가 들어오면 임명직들은 우선 사의를 표명하고 재신임을 받든가 아니면 교체되는게 그동안의 관례 아닌가"라며 "임기 1년을 주장하며 사퇴 하지 않는게 분란 요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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