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기자가 감사원장 상대로 낸 소송
"특활비·업추비 공개" vs "감사 지장 초래"
1심 "비공개 대상 정보 해당하지 않는다"
"출장비는 동선 노출 우려로 비공개 유지"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지난 5월24일 한 언론사 A기자가 감사원장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기자는 지난 2022년 11월께 감사원에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사무총장 등이 사용한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 특수활동비와 출장비 등에 대한 건별 세부집행내역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감사원 측은 해당 증빙자료에는 감사 활동과 직접 관련된 집행내역이 포함되어 있고, 감사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A기자의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했다.
A기자는 감사원의 정보 비공개 처분에 불복해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기자 측은 감사원이 감사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만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공개 가능한 정보를 분리해 공개했어야 함에도 감사원이 정보 전체를 공개하지 않는 처분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감사원은 카드 이용자를 특정할 수 있는 카드번호가 공개될 경우 공무원의 사생활 비밀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등 A기자의 정보 공개 청구는 알 권리의 범위를 벗어난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고 반론했다.
1심은 특활비와 업추비 등이 공개될 경우 감사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지장 받을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활비는 다른 정보에 비해 기밀을 유지할 필요성이 크기는 하다"면서도 "감사 과정에 소요되는 개별 특활비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이상, 해당 경비의 집행 일자와 금액을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감사원이) 감사 활동의 제약을 받는다거나 기밀성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업추비에 대해서도 "집행 목적이 추상적으로만 기재되어 있어 구체적인 감사 활동·정보활동 내역을 추정해 낼 수 없다"며 "해당 업추비에 대한 정보가 공개된다고 하여 감사업무 수행의 경로가 노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출장비 내역에 대해선 "감사관의 출장 기간, 감사목적 등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를 공개할 경우 감사관의 동선이 노출돼 감사의 밀행성을 해치게 된다"며 "출장비 관련 정보 공개를 우려해 감사 활동이 위축되는 등 감사의 실효성이 크게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출장비의 건별 출장 장소, 출장비 액수 및 관련 증빙자료가 공개될 경우 감사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객관적으로 현저하게 지장받을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출장비 내역을 제외한 정보 등에 대해 비공개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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