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서 혼자 분만 후 비닐봉지에 신생아 유기
아동학대살해죄 vs 영아살해죄 적용 두고 다퉈
法 "죄책 무겁지만…혼란스런 상태서 범행 참작"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모텔에서 홀로 출산한 뒤 신생아를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유기했다면 아동학대살해죄와 영아살해죄 중 어디에 해당할까.
2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12월 부산 중구 모텔 바닥에 누워 태반과 탯줄이 붙은 상태로 분만했다.
A씨는 이후 검은색 비닐봉지에 태반과 탯줄로 연결된 영아를 넣어 불상의 원인으로 영아가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영아의 사체가 담긴 비닐봉지를 휴지로 덮어 쓰레기로 위장해 모텔 방안에 둔 채 도망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학대살해) (예비적 죄명 살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객관적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했으나 영아살해죄보다 중한 법령인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된 점에 반발했다.
학대 이후 살인의 고의가 발생한 아동학대살해죄가 아닌 살인의 고의로 아동학대를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이다.
아동학대살해죄는 지난 2021년 3월부터 시행된 '정인이법(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에 신설된 조항으로, 적용 시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영아를 살해했을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영아살해죄보다 중한 법령인 셈이다.
재판부는 A씨 반발에 대해 "갓 태어난 피해자를 계속해서 유기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살인의 범의 아래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아동학대살해행위로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A씨에게 아동학대살해죄의 양형기준 하한을 벗어난 징역 3년6월형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에 5년 간 취업제한도 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세상에 태어나 그 이름 한 번 불려 보지 못하고 삶의 기회조차 가져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게 됐다. 범행의 방법과 내용 및 결과,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에 비춰 죄책이 상당히 무겁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본인 임신 상태를 적극적으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출산해 극도의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영아유기죄 및 영아살해죄가 폐지되기 전에 벌어진 진 것으로 피고인이 분만 직후 피해자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영아유기죄 및 영아살해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있는 등 참작의 여지가 많은 점 등을 고려해 양형기준의 하한을 벗어나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1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