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관저에서 옛 우생보호법 피해자들과 면담
"장애 등 이유로 불임수술이라는 중대한 피해…뼈아픈 일"
이날의 면담은 원고측의 요청으로 총리관저에서 이뤄졌다. 기시다 총리는 "국회와도 상의하면서 새로운 보상 방식에 대해 가능한 한 빨리 결론을 얻을 수 있도록 지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특정 질병이나 장애를 갖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불임수술이라는 중대한 피해를 입게 된 것은 뼈아픈 일"이라며 "정부의 책임은 매우 막중하다. 진심으로 죄송하고 정부를 대표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새로운 보상 제도 마련에 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얻을 수 있도록 검토를 지시하고 있다. 신속한 해결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며 여야와 연계해 새 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인사말 말미에 "다시 한 번 여러분 한 분 한 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재차 사과했다.
NHK에 따르면 이날 총리관저를 방문한 원고측 변호사 등은 기시다 총리에게 우생보호법을 둘러싼 문제의 전면 해결을 촉구하는 요청서를 제출했다.
요청서에서는 일본 정부와 국회의 사과 외에 지금도 전국에서 계속되고 있는 재판의 조기 해결, 재판을 하지 않은 사람도 포함한 모든 피해자에 대한 보상법 제정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같은 잘못을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당사자나 변호인단, 제3자가 만드는 기관에서 검증할 것,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근절을 위한 교육을 추진할 것 등도 요구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달 3일 대법원격인 최고재판소의 판결 선고 후, "힘든 경험과 생각을 듣고 반성과 사죄의 말을 직접 전하고 싶다"며 당사자들과 만나겠다는 의향을 표명한 바 있다.
앞서 최고재판소는 3일 옛 우생보호법을 위헌으로 판단하고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피해자 1인당 최대 1650만엔(약 1억4500만원)의 배상이 확정됐다.
일본 정부와 여야는 원고 이외의 피해자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도 구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마련을 염두에 둔다. 이와 관련해 초당파의 의원 연맹은 지난 9일 새 입법을 위해 논의를 시작했다. 올 가을 임시국회에서 법안 제출을 목표로 한다.
우생보호법 문제를 놓고 2019년 4월 피해자에게 일시금 320만엔(약 2800만원)을 지급하는 구제법을 여야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금액은 과거 강제 불임수술이 있었던 스웨덴 사례를 참고했다.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사법 판단이 나오지 않은 단계였기 때문에 구제법은 우생보호법의 위헌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우생보호법은 나치 독일의 단종법(斷種法)을 모델로 1948년 제정된 뒤 1996년까지 시행됐다. 불량한 자손을 낳지 않게 한다는 명분 하에 국가 차원에서 지적 장애인과 정신질환자, 유전성 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강제로 인공 중절 수술이나 불임 수술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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