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 전문의 1명 남을 듯
"국가응급의료 총괄 컨트롤타워 타이틀 무색"
"초응급 외상환자 수술, 일주일에 한건 그쳐"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가 중앙 공공병원인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중앙의료원(NMC)은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메워온 전문의들이 번아웃(탈진)으로 잇따라 사직하면서 응급의료의 최전선인 응급실은 물론 심장내과·외상외과·신경외과 등 필수 진료과까지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200여 개 지방의료원과 국공립의료기관을 이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공병원이자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총괄하는 중앙응급의료센터를 두고 있는 '국민 건강의 최후의 보루'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의료원 소속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 중 1명이 이달 말 퇴사를 앞두고 있어 내달부터 1명이 응급실을 지키게 된다. 의료원 관계자는 "응급환자 수용 능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국가 응급의료 총괄 컨트롤타워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다"고 말했다. 의료원 소속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비롯해 최근 파견된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군의관 2명 등을 포함해야 응급실 근무 전문의는 5명이다.
응급실에서는 보통 전문의(의대 교수)·전공의 등 3~4명이 손발을 맞춘다. 초진부터 전원 환자 처치, 다른 진료과 인계, 이송 상담, 심폐소생술(CPR) 같은 응급조치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인력 부족은 의료 서비스 질 저하는 물론 최악의 경우 의료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의료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어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원 관계자는 "심장내과는 전문의 2명이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고, 신경외과 전문의도 잇따라 퇴사하면서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특히 외상 환자는 초응급 환자인데, 인력 부족으로 외상센터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 달 간 수술 건수는 26건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응급실이 파행 운영되고 있는 것은 의료원 뿐 만이 아니다. 최근 강원 속초의료원 응급실이 일부 응급의학과 전문의 사직으로 지난해에 이어 다시 단축 운영에 들어갔다.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중 절반이 병원을 떠나 전날부터 응급의료센터가 축소 운영되고 있다.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일부 거점 국립대병원과 전공의 비중이 낮은 사립대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 최근 하루에 1명이 응급실 당직을 서고 있다"면서 "사태가 장기화되면 응급실을 인턴(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1년 동안 병원에서 다양한 진료과를 경험하는 의사)이 지키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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