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돈"…CMA·MMF로 몰린다

기사등록 2024/07/16 11:24:04 최종수정 2024/07/16 14:12:52

CAM 잔고 86조 돌파 '역대 최고'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2860.92)보다 0.79포인트(0.03%) 상승한 2861.71에 개장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852.88)보다 1.92포인트(0.23%) 하락한 850.96,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83.2원)보다 0.8원 오른 1384.0원에 출발했다. 2024.07.16.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가 역대 최대 규모인 86조원을 돌파했다. 금리인하 시기가 지연되고 국내 증시가 박스피에 갇히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국내 증권사 CMA 잔고 규모는 86조115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9일에는 86조3232억원까지 늘어나면서 200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 초 CMA 잔고가 74조7814억 원을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약 15.4% 가량 증가했다.

CMA는 증권사가 고객의 자금을 받아 기업어음(CP), 국공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상품이다.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돈을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어 뚜렷한 용처를 정하지 못할 때 자금을 보호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투자처에 따라 환매조건부채권(RP)형·머니마켓펀드(MMF)형·발행어음형 등으로 구분된다. 다만 예금자 보호는 안 된다.

머니마켓펀드(MMF)에도 돈이 유입되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MMF 설정액도 206조4749억원으로 한 달 전(200조7193억원)보다 6조원가량이 늘었다. MMF는 금융사가 고객 돈으로 단기 금융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초단기 금융 상품이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과 함께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남겨둔 돈인 투자자 예탁금도 지난 11일 기준 57조2311억원으로 1개월 전(54조2169억원) 보다 5.6%나 늘어났다.

시중은행들의 입출금이 자유로운 파킹통장 금리가 연 2%대로 낮아지면서 연 3%대인 증권사 CMA로 돈이 몰리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되는 등 불확실한 금융시장 상황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관망성 자금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가는 미국 6월 소비자물가(CPI)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등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지속되면서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아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음 달 잭슨홀 미팅(8월22~24일)에서 금리 인하 시그널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 투자하기 부담스러운 시장 상황 속에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박유안 KB증권 연구원은 "갈 곳 잃은 자금이 증가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 후퇴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지속으로 '장기자금 운용' 보다 새로운 투자처가 나타나면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단기자금 운용' 수요가 증가한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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