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자들에게 들어본 서이초 1주기 쟁점·진단
'무고성 아동학대' 방어 수단 마련…체감은 낮아
'정서적 아동학대' 법 폐지·교사만 면책 "어렵다"
학생인권-교권, 학부모 권리…3주체 갈등 골 깊어
사건을 살펴본 경찰은 학부모의 '갑질, 괴롭힘' 정황은 없다고 보고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했다. 그러나 교사들은 조사 결과에 공감하지 못했다. '나도 피해자가 됐을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교사를 아동학대범으로 몰아가는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아동학대'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일각에서는 정서적 아동학대 조항에 대한 전면 폐지나 교사들의 전면 면책을 요구한다. 전문가들은 공감하면서도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사·학부모·학생 3주체 간의 갈등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사 옥죄는 아동학대 무고…교권4법으로 방패 마련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한 교권보호 4법(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육기본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으로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
초·중등교육법 및 유아교육법에는 생활지도의 근거가 마련됐으며, 이에 따른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명시적인 조항이 신설됐다. 교원지위법에는 무고의 죄와 교원의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 및 제한하는 행위는 교권침해로 규정됐다.
교사들이 두려워했던 소위 '아동학대 무고'를 막는 예방책을 마련한 셈이다.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되면 시도교육청이 사실관계를 확인해 정당한 생활지도 여부를 판단하는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도 도입했다.
관할 교육지원청이 7일 이내 사실관계를 살펴 '이것은 아동학대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면, 조사·수사기관이 이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제도가 도입된 지난해 9월25일부터 올해 4월30일까지 아동학대로 신고된 교사의 행위가 정당한 생활지도였다는 취지의 의견서 281건이 제출됐다. 사건이 종결된 110건 중 95건(86.3%)은 '혐의 없음' 처리됐다.
제도 도입 이후 7개월 간 불기소율은 전체 69%(116건 중 80건)였다. 서이초 사건 이전인 지난 2022년 한 해 불기소율 59.2%(434건 중 257건)보다 높아진 것이다.
◆"신고된 순간부터 피폐해져"…체감 낮을 수밖에
그러나 교사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서울교사노동조합 의뢰로 지난달 7~9일 교사와 시민 각각 1000명에게 실시한 인식조사 결과, 교사 84.1%는 현장에서 당국의 교권 보호 방안에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거나 '더 나빠졌다'고 답했다.
가장 많은 지적을 받는 법 조항은 아동복지법 제17조 '정서적 학대행위 금지'다. 해당 조문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아동학대의 일종으로 규정한다. 이 조항은 범위가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해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나 훈육을 아동학대로 문제 삼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교육학자들은 교사들의 불안감에 공감한다고 말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전 총장(교육학과 교수)은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나 고소가 되면 그 때부터 교사들은 엄청나 고통을 받는다"며 "무죄가 되거나 불기소 처분이 나도 그 과정 중에 교사들이 피폐해진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장을 지낸 반상진 전북대 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제자들에게 물어봐도 아동복지법 등은 굉장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며 "(학부모나 학생이 선생을) '고발하겠다' 이런 이야기를 두려워 하고 있다. 예전 개념의 훈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교사 면책'은 다른 갈등 야기…형평성 문제 우려
그러나 교사를 '정서적 아동학대'에서 완전 면책하거나 조문을 아예 폐지하는 데 대해서는 신중론이 많다.
박 교수는 "정서적 학대는 부모에 의해 많이 이뤄진다. (교사가) 신고 또는 고소가 됐을 때 기소가 되는 확률은 1%도 안 된다"면서도 "실제로 정서적 학대가 이뤄진 사례도 많아서 폐지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대학원 교수는 "(정서적 아동학대는) 교사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고 어린이집, 스포츠계 종사자 등 다양한 직군에 연결돼 있다. 교사만 폐지하라고 이야기하긴 어렵다"며 "'기분이 상했다'는 이유로 남용되는 측면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대안이다. 교육 당국이 마련한 무고 방지책은 신고가 여전히 가능하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줄이기 어려워 보인다. 초등교사 출신 의원인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과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서적 아동학대의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교수는 "어느 수준에서 학대로 볼 수 있는지 좀 더 명료하게 정리가 될 필요가 있다"며 긍정 평가했다.
◆교육 3주체 갈등 키운 1년…학생인권·분리 쟁점화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1년 동안 대안을 둘러싸고 교육계 대립의 골이 점차 깊어져 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수 정치권과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이 학생인권조례를 빌미로 교권침해를 저지르고, 새로 만든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생활지도 고시)와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며 폐지를 추진해 왔다. 조례가 있던 7개 시도 중 충남과 서울에서 광역의회 주도로 폐지가 이뤄졌으나, 진보 성향 교육청은 법적 대응에 나섰다.
더 나아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학생인권조례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학생인권법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성명을 내 반발하고 있다.
문제 행동 학생에 대한 '분리'도 진전되지 않고 있다. 생활지도 고시에는 교사가 문제행동을 이어가는 소위 '금쪽이'를 교실 밖 공간으로 내칠 수 있는 '분리' 조치를 할 수 있게 했으나, 학생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어 학교가 소송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학교에서 누가 '금쪽이'를 교실 밖 다른 공간으로 이동시킬지, 어느 공간에 둘지도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생활지도 고시를 통해 학칙에 위임했다. 학교 구성원들이 협의를 해서 정하도록 한 것이다.
◆"교사-학생-학부모 권리 균형 잡아야" 지적도
교육학자들은 정치권이 구미에 맞는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식으로 문제를 풀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다만 관점에 따라 각론은 다소 엇갈린다.
'정서적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서 ▲교사가 신고를 당해도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조사 절차를 대신하는 전담인력 도입(박남기) ▲아동학대사례판단위원회 등에 교육 분야 전문가 확대(김성천) ▲학생과 교사, 학부모, 공무직 등 교육 주체의 권리를 골고루 보장하는 통합된 '교육인권법' 마련(반상진)이 제안됐다.
반 교수는 "학생인권법은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를 갖지만 교육권 침해 소지가 있고, 아동복지법도 취지는 좋지만 교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현장 목소리가 크다"며 "갈등 조율은 쉬운 일이 아니나 법적으로 (영역을) 구획하면 (교육 주체 간에) 심리적으로 골을 깊게 만드는 상황이 염려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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