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해 게시물 삭제자입니다"…'우리가 본 것'

기사등록 2024/07/09 00:10:00 최종수정 2024/07/09 00:16:53
[서울=뉴시스] 우리가 본 것(사진=북하우스 제공) 2024.07.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나는 어떤 소녀가 아주 무딘 주머니칼로 자기 팔을 쑤시는 실시간 방송을 봤어요. 마구잡이로 쑤셔대서 결국 엄청난 양의 피를 보고야 말았죠. 어떤 남자가 자신의 독일셰퍼드를 발로 세게 차는 영상도 봤어요. 그 불쌍한 개는 냉장고에 쾅 부딪혀서 낑낑댔죠. (중략) 직장 동료들과 임원들에게 보란 듯이, 조그마한 보트에 꽉 차게 들어앉은 이민자들 사진 밑에 '히틀러는 자신이 시작한 일을 마무리했어야 했다'라는 글을 내걸기도 했죠."(7~8쪽)

전 세계에는 사람들이 신고한 게시물을 면밀히 검토하는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있다. 주인공 케일리도 노동자 중 하나다.

케일리와 그의 동료들은 거대 플랫폼 회사의 하청 회사인 '헥사'에 소속돼 유해 게시물로 신고된 게시물들을 검토하고 삭제하는 일을 했다.

동료들은 매일 폭력적인 게시물을 접하면서 심각한 정신적 손상을 입고 결국 '헥사'에 하청을 준 거대 플랫폼 회사를 고소한다.

이 과정을 지켜본 케일리는 자신이 피해자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점차 유해 게시물이 그의 삶에 스며든다.

책 '우리가 본 것'은 온오프라인 세계의 모호한 경계를 꼬집고 디지털 커뮤니티가 품고 있는 윤리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저자인 하나 베르부츠는 "소설은 모두 허구이지만 현실과 겹쳐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며 "현실에서 자료를 찾고 탐색하면서 빚어낸 소설적 결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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