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카톡방에서 선동"…공무원이 폭로한 '좌표 찍기' 실체

기사등록 2024/07/08 12:14:26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씨리얼', 공무원 인터뷰 영상 게재

"노래방 기계 수리해"…업무 관련성 낮은 요청 다수 들어와

'좌표 찍기' 민원 선동하는 카톡방 존재해…매번 주제 바뀌어

'악성 민원인 대응법' 대신 '처벌'에 관한 논의 적극 필요해

"조직 내 민원 처리 담당은 천대 받아"…계급 차이 느껴져

[서울=뉴시스]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씨리얼'에는 '공무원이 또 숨진 채 발견됐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사진= 유튜브 채널 '씨리얼' 캡처 ) 2024.7.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지윤 리포터 = "저희 공무원 조직은 지금 현재 제도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해요"

한 공무원이 근무 환경에 관한 인터뷰에서 조심스럽게 이와 같이 말했다.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씨리얼'에는 '공무원이 또 숨진 채 발견됐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자신을 11년 차 사회복지 공무원이라 소개한 이씨는 "어르신들 노래 수업하는 곳에서 노래방 기계가 고장 났다고 새로 사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가서 노래방 기계를 고쳐준 적이 있다"며 본인이 받은 민원 중 하나를 예로 들었다.

또 8년 차 공무원 김씨는 꽃놀이 철에 "이번 주말에 가족들끼리 거기 놀러 갈 건데 그 거리에 꽃이 다 피어 있을 예정인지, 어느 음식점이 제일 맛잇고 깔끔하냐" 등의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처럼 업무와 관련 없는 민원 이외에도 "요즘 민원은 좌표 찍기가 트렌드"라며 덤덤히 말을 이었다.

지난 2월 포트홀과 관련된 업무를 맡았던 김포시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좌표 찍기' 유형의 민원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공무원의 이름, 부서, 전화번호가 온라인상에서 공개되며 '좌표 찍기'가 시작됐다. 사망한 공무원은 새벽까지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자신이 알고 있는 '민원 카톡방'의 존재에 대해 언급했다.

그곳에서는 매번 선동하는 주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톡방 민원 주제가) 백신이면 백신, 동성애면 동성애, 여러 가지 주제들이 있다"며 "그 주제에 맞춰서 선두로 몇 명이 민원을 넣는다. 그럼 동일한 내용으로 여러 사람들이 다 똑같이 전화하는 식이다"고 카톡방의 실체를 폭로했다.

덧붙여 "9시부터 6시까지는 (카톡방에) 민원에 집중하는 시간입니다, 라고 딱 (못 박아) 공지를 한다"고도 말했다. 

그들은 좌표 찍기 민원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본인들이 담당하는 업무와 대상 주민들에게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모든 민원에 답을 줘야 해서 한 번 좌표가 찍히면 출근 시간부터 퇴근 시간까지 똑같은 내용의 좌표 찍기 민원들에 시간을 뺏긴다는 것이다.

또 그들은 악성 민원인 대처 방안의 실효성에 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김씨는 "특이민원대응방안, 이렇게 해서 내려왔다. 어디 연락을 하고 왼쪽 사람은 증거를 뭐 하고 누구는 그 사람을 말리고, 이런 메뉴얼들이 있었는데 아무도 (그 메뉴얼의 존재를) 모른다"고 말했다.

또 박씨는 "정작 제일 중요한 악성 민원인에 대한 처벌은 얘기가 별로 안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덧붙여 "민원 처리하는 게 공무원 조직 내에서 천대받는다. (그러니) 일반인들한테도 당연히 천대받는 거고"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올해 9급 공채시험의 경쟁률은 21.8대 1로, 1992년(19.3대 1) 이후 가장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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