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회고록 논란…"윤, 특정 세력에 조작됐다 해"
민주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 없어…윤 직접 해명해야"
여 "김진표, 왜곡된 기억 바로잡아야…논란 사과하라"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여야는 28일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에서 촉발된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관련 발언 진위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김 전 의장 주장에 따라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김 전 의장이 일방적으로 발언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시 저는 원내1당의 원내대표로서 국회의장을 수시로 만났다"며 "이번에 논란이 된 이태원 참사에 관한 대통령의 매우 잘못된 인식을 드러낸 대화도 메모장에 그대로 남아있다"고 적었다.
그는 "2022년 12월 5일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두 분이 함께 참석한 후 오전 9시 15분경부터 30~35분가량 따로 만나서 나눴다"며 김 전 의장에게 듣고 기록한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동남아 식당이 조금 있는 이태원은 먹거리나 술집도 별로 없고 볼거리도 많지 않은데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MBC와 KBS, JTBC 등 좌파언론들이 사고 2~3일 전부터 사람이 몰리도록 유도한 방송을 내보낸 이유도 의혹"이라고 김 전 의장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또 "지인의 부녀도 그런 기사를 보고 뒤늦게 구경하러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우발적 발생이 아닌 특정 세력이나 인사에 의한 범죄성 사건의 가능성을 의심으로 갖고 있다"면서 "의혹을 규명하지 않고 장관을 사퇴시키면 나중에 범죄 사실이 확인될 경우 좌파 주장에 말리는 꼴이니 정부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도 수사가 끝난 뒤 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무고한 159인의 죽음 앞에서 국민은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는데 대통령이 이와 같은 비상식적인 말을 내뱉을 거라고는 처음엔 곧이곧대로 믿기가 어려웠다"면서도 "김 전 의장이 평소 입이 매우 무겁고, 없는 말을 지어낼 분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의정활동을 같이 해본 사람은 다 알기에 제 메모를 확신해 왔다"고 떠올렸다.
그는 "제가 원내대표를 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극우 성향의 유튜브에 심취해 있다는 말은 여러 번 들었다"며 "국정 운영이 합리적인 이성과 판단이 아니라 극우 유튜버의 음모론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런 비정상적인 사고체계를 가진 대통령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겨야 한다니, 어두운 골목길에서 떼강도를 만난 것보다 더 끔찍하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남의 입이 아니라 윤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틀튜브(보수 성향 유튜버를 비하하는 의미)'의 애청자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등) 야비하고 악랄한 음모론은 당시 일명 '틀튜브'라고 부르는 극우 성향의 유튜브 채널과 온라인상의 여권 지지자들이 대규모로 퍼뜨렸다"며 "일국의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류의 음모론을 믿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순세력 개입설, 각시탈 기름살포설 운운했던 이만희 전 국민의힘 간사가 왜 그런 망언을 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간다"며 "윤 대통령이 왜 그리도 유가족을 매몰차게 대했는지도 이해가 간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대통령실은 언론에서 다양한 의혹을 제기했기에 조사해 달라고 했을 뿐이라고 핑계를 대는데 어느 언론이 그런 보도를 했는지 국민 앞에 밝히라"며 "그리고 김 전 의장이 윤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했다고 비난했던데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장을 압수수색도 하고 소환조사도 하라. 검찰에 있는 수하들이 알아서 척척 혼내주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김 전 의장의 회고록을 신뢰할 수 없다며 논란에 대한 입장 표명 및 사과를 요구했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김 전 의장이 회고록 논란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불 지르고 구경하는 격"이라며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왜 그때 직언하지 못했나. 회동을 마치고 나서라도 언론에 알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과거 민주당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기가 생각난다. 허무맹랑한 가짜뉴스를 국회 상임위장까지 끌고 들어와 정치공세를 펼쳤던 모습과 겹쳐진다"며 "명백한 거짓임이 밝혀졌지만, 그 누구도 사과하거나 책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장께서는 왜곡된 기억을 바로잡고 논란을 유발한 점에 대해 사과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당권주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실에서 그런 취지의 말씀을 하신 적이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낸 걸 봤다. 그 말을 신뢰한다. 그런 말을 대통령이 했을 것이라고 전혀 믿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도 "대통령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저는 믿어지지도 않고 김진표 의장이 아마 자기 스스로는 민주당 출신의 의장으로서 이제 민주당의 원로로서 남기 위해서 또 말하자면 보험 들기 비슷한 그런 밑자락을 깔아놓은 것이 아닌가"라며 "사실 김진표 의장이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엄청나게 비난을 받았다. 그러니까 나는 민주당을 위해서 할 만큼 하고 있다는 사인을 보낸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이 정도까지 커지지 않을 수 있는 사고를 국가적 참사가 되도록 방치한 현장 책임자들을 질타하는 뜻이었을 것"이라며 "김 전 의장이 말한 것처럼 다른 정치적 의미가 담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대통령실은 전날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이 대통령과 독대해 나눈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서 세상에 알리는 건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관계기관 회의 때마다 언론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혹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며 "특히 차선 한 개만 개방해도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데 열지 않은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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