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GLP-1약 배부름 유발원리 밝혀
세계적 과학 저널 '사이언스' 지에 게재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블록버스터 비만약 'GLP-1 치료제'를 맞으면 음식을 먹기도 전에 음식 인지만으로 배부름을 느끼게 한다는 원리가 규명됐다. 이 인지적 배부름 현상은 뇌 시상하부의 신경들이 만들어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최형진 교수(뇌인지과학과) 연구팀은 지난 28일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지에 이 같은 연구내용이 담긴 논문을 게재했다.
장 호르몬 유사체인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비만 치료제가 음식 인지만으로도 배부름을 유발하며, 뇌의 어느 부위, 어느 종류 세포에 작용해 효과를 유발하는지에 대한 기전을 규명한 연구다.
최근 '위고비' '젭바운드'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사용이 세계적으로 급증한 가운데, GLP-1 치료제가 정확히 뇌 어디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는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GLP-1 기반 비만 치료제가 뇌 시상하부에 작용해 음식을 '보기만 해도 배부르게 만드는 효과'를 유발하는 기전을 임상시험과 쥐실험으로 규명했다.
연구진은 GLP-1 약이 시상하부의 배부름 신경을 음식을 인지할 때부터 증폭한다는 것을 밝혔다. 사람에게 GLP-1 약을 주사했을 때, 음식을 삼키기 이전부터 음식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배부름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GLP-1 작용 뇌 부위를 찾기 위해 사람 뇌조직에서 GLP-1 수용체의 분포를 분석한 결과 '등쪽 안쪽 시상하부 신경핵'(DMH)에 많이 분포했다. 쥐 뇌조직에서도 같은 부위에 GLP-1 수용체가 발견됐다.
이에 첨단 신경과학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쥐를 활용해 배부름 유발 기전을 연구했다. 광유전학을 이용해 DMH에 있는 GLP-1 수용체 신경을 인위적으로 활성화하면 배부름이 유발돼 쥐가 진행하던 식사를 즉각 중단했다.
반대로 DMH GLP-1 수용체 신경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면 배부름이 억제돼 식사를 중단하지 않고, 식사 지속시간이 증가했다. 나아가 칼슘 이미징을 이용해 장소나 행동이 음식 가치와 연관돼 있다는 것을 학습한 후에는, DMH GLP-1 수용체 신경이 음식을 인지할 때부터 활성화됐다. 또 GLP-1 약물을 쥐에게 투여했을 때, 음식을 인지한 후 섭식 행동 시 이 신경의 활성이 더욱 민감하게 변화했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는 GLP-1 비만약이 뇌의 배부름 중추에 작용해 음식을 삼키기 전부터 음식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배부름을 증폭시킨다는 것을 밝혔다"며 "뇌의 배부름 중추와 인지과학에 대한 기초과학적 발견인 동시에 새로운 비만약 개발을 위한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GLP-1 비만 치료제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추가 개발의 시작점이자 새로운 종류의 비만치료제 개발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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