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혜수 인턴 기자 = 전북 전주시 한 제지공장에서 설비 점검을 하다 세상을 떠난 19세 노동자가 생전에 '인생 계획'을 적어둔 수첩 내용이 공개됐다. 19세 노동자 A씨가 적은 내용엔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기', '살 빼기', '다른 언어 공부하기' 등 앞으로 미래를 위해 고민하는 19살의 평범한 계획들이 담겨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 20일 유족 측은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유족은 A씨가 숨지게 된 철저한 진상규명과 사측의 공식사과를 촉구하며 A씨의 메모장을 공개했다.

수첩엔 A씨가 미래에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 등 앞으로의 포부와 목표가 빼곡하게 담겨 있다. 수첩엔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라는 기록 아래 '여행하면서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 '직접 영상 찍고 편집해 보기'가 적혀있었다. 일 외에도 스스로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골똘히 고민하던 19살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월급과 생활비, 적금에 대한 계획을 적으며 입대 전 모아야 할 돈을 정해 목표를 적어놓기도 했다. 또 직장에서 환영회를 앞두고 건배사를 염두에 두고 적은 듯한 '조심히 예의 안전 일하겠음. 성장을 위해 물어보겠음. 파트에서 에이스 되겠음. 잘 부탁드립니다. 건배'라는 글도 남아 있었다.

A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전주시 팔복동 한 제지공장에 취업한지 6개월 차가 되던 신입사원이었다. 16일 오전 9시 22분께 A씨는 공장 3층 설비실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바닥에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그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A씨는 특성화 고등학교에 다니던 작년 해당 제지공장에 현장 실습생이었다. 이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정규직으로 채용돼 근무하게 됐다고 알려졌다.

유족들과 노동단체는 제지 공장 배관에서 유해 물질이 새어 나왔을 위험과 2인 1조 작업이 아닌 신입사원이 혼자 작업에 나섰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유족 측 박영민 노무사는 기자회견에서 "종이 원료 찌꺼기가 부패하면서 황화수소 등 유독가스가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이었는데도 왜 설비실에 혼자 갔는지 알고 싶다"며 사측의 문제가 있던 건 아닌지 지적했다.

하지만 공장 측은 두 차례 기관 조사에서 유독 가스가 검출되지 않았고 초과 근무 사실도 없었다며 제기된 의혹을 일축했다. 또 A씨가 홀로 작업을 진행한 이유에 관해선 2인 1조가 필수인 업무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마음이 아프다". "도대체 노동자가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는 거냐", "메모를 보니 뭘 해도 잘 될 청년이었다" 등의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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